[전대길 CEO칼럼] 물고기 소리와 잠수함(潛水艦)  
[전대길 CEO칼럼] 물고기 소리와 잠수함(潛水艦)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11.20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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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물고기는 위험에 노출되면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다. 최대 길이 2.5m까지 자라는 ‘골리앗 그루퍼(Goliath Grouper)’가 대표적이다. 골리앗 그루퍼는 부레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데 약 60Hz의 낮은 주파수다. 

상어를 잡아먹는 골리앗 그루퍼
               상어를 잡아먹는 골리앗 그루퍼

산란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종들과 싸울 때와 잠수부들이 접근해 올 때 이런 소리를 낸다. 연구진은 골리앗 그루퍼가 커다란 적을 맞닥뜨렸을 때 내는 소리와 동료 옆에서 내는 소리의 차이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문제가 풀리면 소리를 탐지하는 장비를 그루퍼의 서식지 곳곳에 설치해 두는 것만으로도 바닷속에서 잠수함 등의 움직임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딱총새우
   딱총새우

딱총새우도 집게발을 부딪쳐 소리를 낸다. 가까운 거리에서 200 decibel 정도의 소음이 발생한다. 

방산업체 레이시언 산하 연구소인 BBN 테크놀로지스는 집게발 소리가 주변 물체에 반사돼서 나오는 소리를 통해 물체의 크기, 모양, 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치 박쥐가 초음파를 내고 반사파로 장애물을 감지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해양생물의 행동 변화로도 알 수 있다. 그 예로 검정 바다 우럭은 큰 소리를 들으면 겁을 먹고 바다 밑바닥으로 잠수하는 특성이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환경과학센터는 이 물고기에 수심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검정 바다 우럭의 움직임을 통해 바다 위나 수중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에 바다를 파랗게 물들이는 야광충(夜光蟲) 불빛
어두운 밤에 바다를 파랗게 물들이는 야광충(夜光蟲) 불빛

앞으로 잠수함 탐지 활동에 미생물(微生物)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안에 사는 단세포 생물인 야광충(夜光蟲)은 이름 그대로 캄캄한 밤에 빛을 낸다. 

우리나라 해안에서도 야광충 불빛을 TV 방송국에서 촬영, 방영한 적도 있다. 세포질 속에 여러 개의 발광성 알갱이가 있어 파도 등 물리적인 외부 자극이 가해지면 빛을 낸다. 

미국 노스롭 그루먼사는 공중에서 바닷가의 야광충들이 내는 빛을 찍고 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도 자기장에 따라 움직이며 반응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적군의 침입을 알리는 경고등으로 야광충을 활용하려는 의도이지 싶다.

한국경제신문(2023.7.13)을 펼치니 한화오션이 잠수함의 핵심 음향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실렸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눈'인 음향 장비를 국산화했다. 그리고 함정 장비 국산화율이 80%를 넘어섰다. 

주로 해외 독점 업체로부터 수입해 오던 장비를 국산화함에 따라 비용 절감과 함께 작업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주)한화오션은 잠수함의 작전 성능을 높여주는 음향측심기, 음탐기 비컨,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 등 핵심 음향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2023년 7월 12일 발표했다. 

음향측심기와 음탐기 비컨,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는 잠수함의 눈 역할을 하는 음파탐지기 소나의 핵심 장비다. 음향측심기는 음파를 발사해 바다의 수심과 잠수함의 잠항심도를 측정한다. 음탐기 비컨은 조난 시 음파를 발사해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는 작전 중인 바닷속 환경을 수시로 분석해 수온과 조류 등에 영향을 받는 잠수함 소나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해당 장비의 국산화 성공으로 장보고-Ⅲ급 배치(Batch)-Ⅱ 잠수함은 국산화율이 8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보고-Ⅲ급 배치-I 잠수함 ‘도산 안창호’의 국산화율은 76.2%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들 장비를 국산화함으로써 50%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수입 장비는 문제가 발생하면 잠수함을 육상으로 끌어올려 수리해야 했지만 국산 제품은 수중에서도 수리 작업을 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상중 (예)해군 제독
                                 전상중 (예)해군 제독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1,200톤, 독일 Kiel 조선소에서 건조함) 교육훈련 및 인수 시운전 총책임자로 1990년~1992년 3년간 독일에서 체류했으며, 귀국 후 대한민국 해군 제3대 잠수함 전 단장을 역임하고 해군 UDT 부대를 창설한 전상중 예비역 해군 제독(필자의 아우임)이 윗글을 감수했다. 

전상중 제독의 고견(高見)을 아래에 원문대로 적는다. 

”이 글 내용은 대부분 출처 자료에 의존함으로 제가 수정할 부분이 없습니다. 소리에 바로 의존하는 지상과는 달리 소리가 음파(音波)로 전달되는 수중(水中)은 그만큼 제약조건이 많아서 잠수함 탐지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음파는 굴절합니다. 잠수함의 경우 바로 위쪽은 탐지가 되지 않아 새도우존(Shadow-Zone)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잠수함이 부상(浮上)할 때는 매우 긴장합니다. 

특히 소나(SONA) 요원들은 음파 탐지에 집중합니다. 잘못하면 수상에서 떠다니는 선박(船舶)과 충돌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 예로 제가 북해(北海)에서 장보고함(張保皐艦) 시운전(試運轉)할 때입니다. 잠수함이 부상하다가 승조원에 더하여 수많은 시운전 평가 요원이 타고 있어서 정숙(靜肅)하지 못한 탓도 있었습니다만ᆢ, 대형 페리선과 충돌할 뻔했습니다.

따라서 잠수함 자체의 정숙(靜肅)이 무척 중요합니다. 기본 원칙은 나는 정숙 모드로, 상대의 모든 소리는 음파로 최대한 탐지하는 것이 관건(關鍵)입니다. 그만큼 바닷속에는 고기가 내는 소리와 각종 수상 선박이 내는 소리 및 해류와 물 덩어리 등 방해 요소들이 많습니다. 

물 덩어리에는 음파가 굴절하고요 해류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고기떼를 적(敵)의 잠수함(潛水艦)으로 오인(誤認)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중(水中)에서 나는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소음원(騷音原)을 식별해서 Data-Base에 구축해 놓으면 어떤 소음원인지 컴퓨터가 해결해 줍니다. 

그만큼 수중작전(水中作戰) Career가 쌓여야 합니다. 한미 간, 한일 간 수중작전(水中作戰)에 꼭 필요한 부분은 전투 작전 정보를 공유해 나가야만 우군(友軍)끼리 불필요한 간섭(干涉)도 배제됩니다. 적과 싸우기 위해 무척 필요한 부분입니다.

내가 독일에서 잠수함을 인수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입니다. 그리고 미생물이나 형광 물체를 이용해서 잠수함을 탐지하는 방법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입니다. 

문제는 새도우 존(shadow zone) 문제나 물고기 떼가 잠수함으로 오인될 수 있는 우리나라 동해와 같은 바다 특성은 잠수함 탐지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 반대로 탐지되지 않고 숨을 수도 있습니다. 창과 방패입니다.

한화오션이나 현대조선의 기술과 노력도 세계 시장에서 조선업의 쌍벽을 이룹니다. 한화오션이 앞섰다고는 장담할 수 없으며 현대조선(HD)의 조선 기술과 저력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미생물이나 형광 물체를 이용, 잠수함 탐지 방법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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