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보일링 베슬(Boiling Vessel)과 전함(戰艦) 바사(Vasa)호
 [전대길 CEO칼럼] 보일링 베슬(Boiling Vessel)과 전함(戰艦) 바사(Vasa)호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11.13 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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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영국은 홍차(紅茶)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홍차가 가장 많이 생산, 소비된다. 인도는 세계 홍차 생산의 약 44%를 점유하며 소비시장의 72%를 점유하는 홍차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매일 오후 5시면 영국인은 티타임(Tee-Time)이라 하여 차(茶)만은 꼭 마신다. 실제로 영국군 전투식량에는 Tee-Time Set이 포함되어 있다. 1차 대전 당시 포탄이 작렬하는 참호 속에서도 Tee-Time을 꼭 가졌다고 한다.

영국에서 차의 황금기는 차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전쟁에서 참패할 위기까지 내몰렸던 2차 대전 때였다. 1944년 6월 노르망디상륙작전을 지휘하던 영국 장군들은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된다. 

그들은 차를 만드는 도구 대신 군인들이 마시기 거부했던 Instant Tee-Mix를 지급, 탱크 부대를 프랑스로 파병하기로 했다. 또한 별도의 지침은 야간 활동을 하는 병사는 차와 휴대용 스토브를 요청하게 했다.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모든 연대는 야간 활동이 필요하다는 무전을 본부로 보냈으며 이에 물자보급로는 차와 관련된 물품으로 꽉 막히게 되었다.

결국 영국군은 차를 만들 수 있는 용품을 지급했다. 탱크병들은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 독일 탱크 부대 지휘관은 1944년 영국군이 탱크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홀짝이며 차를 마시곤 했다. 이를 목격한 독일 탱크는 영국군 탱크들을 초전에 완전 박살 냈다.

보일링 베슬(Boiling Vessel)
보일링 베슬(Boiling Vessel)

1944년, 가열 장치의 일종인 ‘보일링 베슬’이 발명되었다. 영국군은 탱크가 이동 중에도 탱크 내부에서 차를 만들 수 있게끔 되었다. 영국군은 무장된 군사용 차량에 반드시 ‘보일링 베슬(Boiling Vessel)’을 장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지금도 유효하다. ‘보일링 베슬(Boiling Vessel)’의 ‘Vessel’은 선박(船舶)이란 뜻이 아니다. ‘액체를 담는 그릇, 용기, 통’을 가리킨다.

스웨덴 전함(戰艦) 바사(Vasa)호
스웨덴 전함(戰艦) 바사(Vasa)호

1600년대 스웨덴에서 항공모함급 전함(戰艦) 바사(Vasa)호에 관한 이야기다. 
1625년 스웨덴은 발트해를 제패하기 위해서 전함 ‘바사(Vasa)호’를 건조했다. 국가의 기술과 자금이 총동원됐고, 조선 기술이 뛰어난 네덜란드 조선공까지 불러와 건조한 길이 69m, 높이 52m, 함포 64문이 장착된 당시 최대 규모의 전함이었다.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2세’가 바사(Vasa)호 진수식에 맞추어 귀빈들을 초대했다. 1628년 8월 10일 바사호의 첫 출항이 있던 날, 전 세계의 이목이 스톡홀름 항으로 쏠렸다. 군악대의 팡파르와 함께 바사호는 돛을 올렸으며 시민들은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바사호는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끝나기도 전인 출발한 지 1km 지점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바사호가 침몰한 것이 너무 많은 함포를 실었기 때문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후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교훈이 필요할 때마다 바사호를 소환했다.

그런데 333년이 지난 1961년, 스톡홀름 앞바다에 수장되었던 바사호가 인양되었는데 진짜 침몰 원인이 밝혀졌다. 바사호는 좌현이 우현보다 목재가 두껍고 길이도 더 길었다. 최첨단 기술을 모두 집약해서 만든 배가 좌우 대칭조차 맞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당시 좌현은 스웨덴 조선공들이 만들고 우현은 네덜란드 조선공들이 맡아 건조했다. 그런데 스웨덴 조선공들은 스웨덴 인치와 피트를, 네덜란드 조선공들은 네덜란드 인치와 피트를 사용했다. 서로의 단위가 다를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설계도에 충실하게만 배를 만들었지만, 바사호는 거대한 쓰레기일 뿐이다. 그래서 경영학에서의 생산관리 특히 공정관리는 “확인(Confirm), 재확인(Reconfirm)”을 특히 강조한다. 작고 사소(些少)한 일이 큰 사고를 부른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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