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삼(3)이란 숫자
[전대길 CEO칼럼] 삼(3)이란 숫자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5.14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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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홀수는 우리 민족정신 문화의 깊은 뿌리다. 그중에서 특히 3자를 선호한다. 
아라비아 숫자 1, 3, 5, 7, 9 모두 우리 생활 속 깊숙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우선 국경일과 명절이 대다수 홀숫날이다. 

그뿐만 아니라 때맞추어 돌아오는 절기가 거의 홀숫날에 들어있다. 설날과 추석이 그런가 하면 정월 대보름, 삼짇날, 단오, 칠석, 백중이 그렇다. 9월 9일에는 남자들은 시를 짓고 여자들은 국화전을 부쳤다.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린 3의 의미는 더욱 다양하다. 사람이 죽으면 삼일장 또는 5일 장례를 지낸다. 4일장이나 6일 장례는 없다. ​역시 삼우제(三虞祭)가 있으며 49재라는 추모의 날이 있다. 망자(亡者) 앞에서는 홀숫날을 택하여 예의를 갖추는 게 뿌리 깊은 전통이다. 

심지어 제물을 올려도 홀수로 올리며 짝수로는 올리지 않는다. ​돌탑을 쌓아도 3, 5, 7, 9 홀수 층으로 올릴 때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들며 보는 이의 마음이 편하다. 
                                   
신생아를 낳고 금줄을 쳐도 세이레(三七日), 즉 21일간 사람의 출입을 자제한다. 신성한 생명을 지키면서 축복하자는 삼신할미의 준엄한 고지(告知)다. ​

봉투에 돈을 넣어도 서민들은 두 자릿수가 아닌 이상 3만 원이나 5만 원을 넣었지, 4만 원이라든가 6만 원은 넣지 않았다. ​

이렇듯 3이라는 숫자가 우리 생활의 중심에서 살아 숨을 쉰다. 춥고 긴 겨울을 삼동(三冬)이라 하며 무더운 여름을 지나려면 삼복(三伏)을 견뎌야 한다. 무리를 일컬어 삼삼오오(三三五五)라고 한다. 삼원색(三原色)은 색(色)의 근원이다.

상고 시대에 우리나라 땅을 점지해 준 삼신이 있다고 하여 생명의 신으로 여긴다. ​삼재(三災)와 삼재(三才)가 있다. 시위 문화에서도 삼보일배(三步一拜)라는 게 생겨나 간절하고 지극한 정성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다. ​

가까운 이웃을 일컬어 삼이웃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는가 하면 ‘잘하면 술이 석 잔, 못 하면 뺨이 석 대’란 말도 있다. 힘겨루기 판을 벌여도 ‘5판 3승제’를 행하며 만세를 불러도 삼창(三唱)한다. 

우리 민족은 단군조선 이래로 삼(三)이라는 숫자를 주로 애용한다. 삼신할머니, 삼박자, 삼총사, 삼등 인생, 삼세번, 용감한 삼 형제 등등 말이다. 우리 민족의 뿌리인 단군(壇君), 환웅(桓熊), 환인(桓因)을 비롯하여 아들, 아버지, 할아버지를 뜻한다. 

1. 공자(孔子) 말씀에 인간삼락(人間三樂)이 있다. 
   배우고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 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君子(군자)가 아니겠는가?

2. 맹자(孟子)의 인간삼락(人間三樂)도 있다.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사람을 굽어 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에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3. 노자(老子)의 말씀에도 인간삼락(人間三樂)도 있다. 
   쾌식(快食), 쾌변(快便), 쾌면(快眠)이다.

4. 신흠의 삼락(三樂)이다. 
   문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문 열고 마음 맞는 손님을 맞는 것,
   문을 나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 즐기는 것이다. 

5. 정약용의 삼락(三樂)도 있다. 
   어렸을 때 뛰놀던 곳에 어른이 돼 오는 것,
   가난하고 궁색할 때 지나던 곳으로 출세해서 귀환하는 것,
   혼자 외롭게 찾던 곳을 친한 벗들과 어울려 찾는 것이다. 

6. 추사(秋史) 김정희의 삼락(三樂)은 일독(日讀), 호색(好色)과 음주(飮酒)다.

7. Boy-Scout, Girl-Scout 대원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 오른손을 편 상태에서 검지, 중지, 환지 등 세 손가락 등 3지(指)를 펴고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다음의 조목을 굳게 지키겠습니다. 

첫째! 나라를 위해 나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둘째!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습니다. 셋째! 스카우트의 규율(規律)을 잘 지키겠습니다”라고 <스카우트(Scout) 선서(宣誓)>를 한다. 

8. 공자가 태산 기슭을 지나던 중 즐거운 표정으로 비파를 들고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났다. “뭐가 그리 즐거우냐?”고 노인에게 묻자 “사람으로 태어난 것, 남자로 태어난 것, 95세까지 장수(長壽)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의 인간삼락(人間三樂)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화가 치밀어오를 때, 무조건 한 번, 두 번, 세 번까지 참을 수 있는 게 최고의 "인생삼락(人生三樂)"이지 싶다. 

그런가 하면, 과거에는 계영배(戒盈杯)란 술잔에서 보듯이 70% 정도를 소유하거나 70%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면 만족할 만한 상태라고 해서 "LUCKY SEVEN(7)"이라며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공유와 협업에 의한 창조 시대이기 때문에 오직 30%의 확실한 자기만의 것을 지니고 나머지는 비우거나 공유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LUCKY THREE(3)'의 시대가 도래했지 싶다. 

이밖에 6이란 숫자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여성 골프선수인 이정은6의 별명이 ‘핫6’이다. 선배 골퍼 김세영이 이름 뒤 숫자 6을 보고 음료명인 “핫식스”로 부른 계기로 애칭이 됐다. 

이정은 선수는 KLPGA 투어에 6번째로 같은 이름으로 입회해서 6번이 붙은 것이다. KLPGA에서 6번 우승 후 LPGA에 진출했다. 

이정은 선수는 “한국에서도 3라운드에 66타를 쳐서 우승한 기억이 있다. LPGA 투어에서 6언더파로 우승했다”며 “‘6’은 나의 행운 번호다. 그래서 내 성명 뒤에 ‘6’자가 붙는 게 좋다”고 한다. 

중국인은 6을 ‘흐를 류(流)’자와 발음이 같아서 '물 흐르듯 만사가 순조롭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끝으로 LG전자 본사와 여러 공장의 노경 협력팀 고충 상담 전화번호가 한국인이 선호하는 숫자 삼(3)과 긴급 구조번호(119)를 합친 사내 전화번호 “3119”임을 붙인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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