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한국인은 ‘넉 사(四)’자가 ‘죽을 사(死)’ 자와 발음이 같아서인지 기피하고 꺼린다.
그러나 ‘사(四)’란 숫자는 ‘지상(地上) 세계(世界)’를 뜻한다. 조물주는 4가지를 뜻하는 ‘사(4)’란 숫자를 염두에 두고 만물을 창조했지 싶다.
‘사(4)’란 숫자는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완전한 상태를 하나로 묶은 숫자이며 완전성, 전체성, 질서, 합리성을 상징(象徵)한다.

먼저 '4(四)'에서 비롯되는 것은 ‘동서남북(東西南北)’의 기본방위(基本方位)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며 ‘춘하추동(春夏秋冬)’,즉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만든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며 사람들 가슴 속에 소망(所望)을 심는 달(月)은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등 4가지 모양으로 달리한다. ‘물, 불, 공기, 흙’은 고대 철학자가 주장한 만물을 구성하는 ‘4가지 원소(元素)’이다.
공간을 측정하는 방법이 '길이, 넓이, 깊이, 높이' 등 4가지이다. 사방팔방(四方八方)으로 사통팔달(四通八達) 막힌 곳이 없이 모든 방향으로 통한다.
기독교에서의 4란 글자는 4복음서, 즉 신약성서 가운데 예수의 가르침과 생애에 관하여 기록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등 4가지 책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실천해야 할 가치 있는 삶의 기준이 ‘사무량심(四無量心)'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인 중생(衆生)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迷惑)을 없애주는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의 4가지 무량심(無量心)을 의미한다.
사찰은 ‘동 서 남 북’으로 4천왕(天王)을 두고 있다. 영적(靈的)인 4가지 동물인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를 가리켜 ‘4령(四靈)’이라고 한다.
주작(朱雀)은 남(南)쪽 방위(方位)를 지키는 신령(神靈)으로 여겨진 짐승이다. 현무(玄武)는 북(北)쪽 방위(方位)의 물기운을 맡은 태음신(太陰神)을 상징하는 상상 속의 짐승이다.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도 문명, 중국 문명’ 등 ‘세계 4대 문명’은 현대 문명(文明)의 원천(源泉)이다. ‘공자, 석가모니, 예수, 소크라테스’를 세계 4대 성인(聖人)으로 꼽는다.
4대 문명(文明), 4대 성인(聖人), 4천왕(天王)처럼 4자를 주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숫자 4에는 완전함, 공정함이 있으며 안정(安定)된 숫자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 싶다.
땅 위에 세워진 대다수 건물은 사각형이 기본이다. 땅을 기초(基礎)로 가장 안정적인 구조(構造)로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년월일(生年月日)’을 토대(土臺)로 삶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占)칠 때 사주(四柱)를 보고, 팔다리가 튼튼한 걸 가리켜 사지(四肢)가 멀쩡하다고 한다.
야구에서 대표적인 강타자는 4번 타자다. 수영과 육상에서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가 4번 레인(Lane)을 배정받는다.
삼강오륜(三綱五倫)과 화랑의 세속오계(世俗五戒), 천자문(千字文) 등 선현(先賢)의 가르침인 금언(金言)은 주로 ‘사자성어(四子成語)로 되어 있다. 컴퓨터가 출현 후 예금계좌의 초창기 비밀번호도 아라비아 숫자 4개인 적이 있었다.
지구인의 축제(祝祭)인 올림픽(Olympic)과 월드컵(World Cup) 그리고 아시안 게임(Asian Game)은 4년마다 열린다.
세상을 살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인의예지(仁義禮智)란 4가지 마음이 있다. 이를 ‘싸가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을 불쌍히 여기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측은(惻隱)하게 여기는 마음인 인(仁), 불의(不義)를 부끄러워하고 이득(利得)있는 일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는 마음인 의(義), 남을 공경하고 사양하고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인 예(禮),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 학문 연구에서 진리를 밝히는 마음인 지(智)를 말한다.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4가지 성품은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움’이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이다.
행운(幸運)의 클로버는 잎이 4개다. 우리가 기피(忌避)하는 '숫자 4(四)'는 지상(地上)의 세계(世界)를 뜻하는 <숫자>이다.
맨주먹을 쥐고 세상에 태어났지만 죽을 때는 단돈 1원도 갖고 가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손으로 움켜만 쥐려고 하는 마음과 알량한 욕심이 사람의 마음이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불교는 탐진치(貪瞋痴)라고 한다.
바람이 말한다. 바람 같은 존재이니 가볍게 살라고
구름이 말한다. 구름 같은 인생이니 비우고 살라고
물이 말한다. 물 같은 삶이니 물 흐르듯 살라고
꽃이 말한다. 한번 피었다 지는 삶이니 웃으며 살라고
나무가 말한다. 덧없는 인생이니 욕심부리지 말라고
돌이 말한다. 현실은 냉정하니 마음 단단히 가지라고
파도가 말한다. 부대끼며 사는 삶이니 상처받지 말라고
땅이 말한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니 내려놓고 살라고
한 번뿐인 우리 인생,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종명(考終命)하는 그날까지 산같이 바람같이 물같이 구름처럼 가고픈 데 가고 먹고 싶은 거를 먹자.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며 살자. 보고픈 사람을 언제라도 만나 보며 즐겁고, 기쁘고, 편안하게 살자. 이제는 사(四)란 숫자를 죽을 사(死)자와 연계하지 말고 꺼리거나 기피하지 말고 살아가자.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