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11.07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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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인생이란 강물의 흐름과 같은 것이다. 그 흐름을 막을 수도 없고, 그 흐름을 늦출 수도 없고, 그 흐름을 멈추게 할 수도 없다. 노년에는 그 흐름 속에서 인생을 정산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흐름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 흐름은 모든 것을 과거로 만들어 놓았다.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순간 이미 과거로 흘러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과거는 후회는 할 수 있을지언정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만약이란 말은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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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많은 만약을 꿈꾼다. 마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그렇지 않았으면 영원히 행복했을 아름다운 사랑에의 꿈을 가능하게 해주는지도 모른다. 불만족스럽고 불완전한 현재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않았으면 완벽하게 만족스러웠을지도 모르는 성공적인 삶에의 꿈을 가능하게 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다시 산다면 과연 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지금의 삶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가 있을까? 답이 쉽지 않은 질문을 하고 나서 허허로운 마음을 달랜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것도 많아진다. 그건 이제 나이 들어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할머니의 나지막, 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우리는 삶을 어쩌지는 못해요. 어차피 어떤 삶을 살든지 삶은 고난과 문제투성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그것을 하고 있느냐에 답이 있어요.”

“얼마를 가졌는지보다, 얼마나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결국은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 따라 우리의 삶이 어땠었는지 결정되죠.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얼마나 즐거운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죠. 결국 우리가 죽으면서 가지고 가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추억이니까요.”

이 이야기를 들려준 할머니는 미국 중동부의 한 두메산골에 살았던 "나딘 스테어"라는 얼굴 없는 이름의 한 할머니였다. 그녀는 85세가 되던 어느 날 짧은 글 하나를 썼다. 시인도 작가도 아닌 평범한 할머니가 쓴 그 글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이 글을 쓴 그녀의 존재는 1993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전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Be Here Now”를 쓴 뉴에이지의 대표적인 작가 ‘람 다스’는, “Still Here”에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글’로 그녀의 시를 인용하고 있다. 그녀의 시를 접하며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에 의해 감동의 고리가 고요하지만 멀리 퍼져 나갔다.

수십 년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면서 원문에는 없는 몇 행이 더해지는 등 조금씩 형태는 바뀌었다고 하는데 얼굴 없는 ‘나딘 스테어’ 할머니의 글은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계속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어지고 있다고 한다.

​노년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시와 이에 걸맞는 아름다운 그림들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삶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숙제하는 것처럼 숨 가쁘게 살아왔던 시간이 흐르고, 아름다운 그 그림 위에는 아직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시간이 겹쳐지게 된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If I had my life to live over)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음번엔 과감한 실수를 더 많이 해볼 거야.

긴장을 풀고 경쾌하게 살며, 이번 여행에서보다 더 철없이 굴고, 이제는 모든 것에 덜 심각해질 거야.

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어.
좀 더 많은 강에서 수영을 하고, 좀 더 많은 산에 오르고,
좀 더 많은 여행을 하며, 콩을 덜 먹고,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을 거야.

아마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 많이 생기겠지.
그러나 상상의 문제로 인한 괴로움은 훨씬 적을 거야.

나는 매일 매일의 순간순간을 바르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지.
물론 좋을 때도 있었어.

그러나 나보고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가질 거야.
단지 그것뿐, 그 외의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겠어.

다가오는 날들을 앞당겨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며 살아온 날들 대신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 나가겠어.

나는 레인코트나 낙하산, 체온계나 보온 물통 없이는 어디에도 가려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지.

만약 나보고 다시 해보라 한다면, 난 이전에 그랬던 것보다 더 가볍게
여행을 할 거야.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봄이 오면 일찍 신발을 벗어 던지고
가을 늦게까지 맨발로 지낼 거야.

춤추러 더 많이 가고, 회전목마도 더 많이 타며,
더 많은 데이지(daisy) 꽃을 따겠어.

  • 나딘 스테어 (Nadine Stair) -
<데이지 꽃 – 다음 이미지>

그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 역시 더 많이 노래하고, 더 많이 여행하고, 설령 철없어 보일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거다.

그래서 내가 살아왔던 흐름 속에서 웃음소리와 환호가 넘쳐 나와 아래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훗날 내 삶은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도록, 이 글이 주는 교훈을 새길 것이다.

그러나 이제 노년의 시절이 다가왔고 그 중심에 서 있는데 어찌할 수 있을까?

인생의 시작은 한 번뿐이라는 것을 알고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20년, 30년, 40년 이상 더 살 수 있는 알파 에이지(12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노년의 삶을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있다.

우리 모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미련을 두지 말고, 보다 나은 오늘을 행복하고 알찬 하루로 가꾸어 가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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