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3만(自慢, 傲慢, 驕慢)은 자신과 조직을 망친다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3만(自慢, 傲慢, 驕慢)은 자신과 조직을 망친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6.20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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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통해 본 자만(自慢)과 오만(傲慢), 교만(驕慢) 증후군에 걸린 리더의 행태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는 성경의 경구가 있다. 살면서 오만한 행동들을 조심하되, 좀 더 겸손하고 신중하며, 자신감은 넘치되 자만하지 말고 주제를 알고, 분수에 맞는 행동을 해야 사회질서와 공동 번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상적인 사람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발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연예인, 정치인, 의사와 기업인들로 넘쳐난다. 

오만한 사람들은 권력과 부에 취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극히 떨어진 상태에서 자기 결정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 빠진 나머지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만심과 오만함을 가지게 된다. 

세계적인 뇌신경학자인 이안 로버트슨(‘승자의 뇌’ 저자) 교수에 의하면 권력을 가지게 되면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활성화되어 술이나 마약에 취한 것과 유사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자신에게 과도하게 집중하여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지나친 확신으로 성공을 위해 반사회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고 한다.

[이미지: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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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통해 자만(自慢)과 오만(傲慢), 교만(驕慢) 증후군에 걸린 리더의 행태를 살펴본다. 그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서막이 되어버렸다.

첫 번째 서막은 관우에게서부터 시작되었다. 관우가 수염을 날리며 청룡 언월도를 휘두르면 그 어떤 장수도 추풍낙엽이 되는 용맹을 과시하는 장수였다. 관우는 자존심이 넘쳐 자만심과 교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오만이 지나치게 강해서 유비와 장비를 빼고 모든 장졸들을 무시하고 오나라의 손권마저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손권이 관우의 딸과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자고 제안했을 때, “어찌 호랑이의 딸을 개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겠는가”라며 거절하기도 했다. 

특히 오나라 장수 여몽이 치를 떨 만큼 깔보고 무시하였다. 그런 여몽이 반드시 관우를 죽이겠다는 다짐을 골백번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에 형주를 지키던 관우는 형주성 사수를 간곡히 부탁한 제갈량의 작전 지시를 무시하고 형주성에 50여 개의 초소를 세워 자기가 비운 사이에 오나라가 쳐들어오면 즉시 봉화를 올려 신호하면 자기가 돌아와 막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며 조조 군과 싸우러 간다. 

이를 예측한 오나라 여몽이 50여 개 초소를 모두 감쪽같이 박살을 내고 봉화 신호를 할 수 없게 만들어 형주성을 점령해버리고 말았다. 불과 얼마 안 되는 병사를 이끌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관우는 여몽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천하의 맹장인 관우도 오만과 교만 때문에 개죽음이나 다름이 없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만 것이다.

두 번째, 관우의 죽음은 장비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장비는 형님 관우의 죽음 앞에 비탄과 탄식으로 날을 지새우며, 장례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려고 했다. 

장비는 진중에서 형님 관우의 장례를 위하여 상복을 삼만 벌(병사 수만큼)을 지으라고 측근 참모인 범강과 장달에게 명한다. 단 사흘 만에 그 많은 상복을 어떻게 준비한단 말인가. 

날짜를 지키지 못한 범강과 장달은 장비에게 매질을 당한다. 다시 이틀을 주면서 그때까지 준비하지 못하면 군법으로 다스리겠다고 엄명을 내린다. 두 사람은 도저히 날짜를 맞출 수 없어 억울하게 죽는 목숨이 될 수 없다며 장비를 죽이기로 모의한다. 

형님 관우의 죽음을 슬퍼하며 술에 만취하여 곯아떨어진 장비는 범강과 장달에 의해 죽고 만다. 그들은 장비를 죽이고 오나라로 도망갔지만, 오나라가 반겨 주지 않아 버림받고 그들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진중의 모든 병사에게 상복을 입히려고 한 과도한 욕심과 오만으로 도원결의 삼형제 중 막내인 장비도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좌충우돌하며 전쟁의 선봉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던 장비는 앞뒤 안 가리고 절대 불가능한 명령을 내려 불만을 품은 부하들의 손에 죽었다. 오만함의 극치는 개보다 못한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셋째, 유비(劉備)는 요순의 덕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인물로 그의 최대 매력은 탁월한 인간미였고 제갈량도 그런 이유로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그를 따르게 된 것이다. 특히 유비의 존사(尊師) 정신은 당대 어느 지도자도 따라올 수 없는 그만의 장점이었다. 

삼국지에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유비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는 의협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이들의 형제애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면 유비는 한 나라의 군주에까지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형제애에 대한 집착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게 된다. 의형제 세 명 모두가 자만심과 오만하고 교만한 마음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두 아우가 죽고 나서 유비는 복수심에 불타 오나라와 전쟁을 하게 된다. 유비는 형주 문제를 둘러싼 오나라와의 갈등을 항구적으로 해결하려 했고, 조조 군을 정벌할 수 있는 안정적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자신의 아우이며 동지였던 관우의 죽음과 역시 혈연보다 굳게 뭉쳐진 장비의 죽음에 대해 복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난세를 살아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상실하게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오나라와 ‘이릉산성’ 전투는 형주의 탈환이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한마디로 맹우들의 복수전이 되었고 이것은 결국 전략적 실패와 더불어 촉나라의 몰락을 촉진한 전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 형제들이 이 전쟁을 전후로 하여 모두 죽음으로써 후세에 그들의 이야기가 길이 전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릉대전’은 이릉(夷陵)과 효정(猇亭)에 대한 유비 군의 압박으로 오군의 연속된 패전으로 승기를 잡은 듯했으나 오나라 사령관 육손의 지연술과 무응전(無應戰)으로 무책 전략에 대응하다가 육손의 화공에 의해 촉군의 대패로 이어지고 만다. 

20여 번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유비는 제갈량의 전략을 마속을 통해 전달받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승리에 대한 자만심으로 군사의 전략을 무시하고 자기의 판단대로 작전을 펼쳐나간다. 

특히 제갈량이 산성 가까운 곳에 진을 치면 절대 안 된다는 조언을 무시하고 산 아래 진을 치는 바람에 오나라 육손의 화공(火攻) 전략에 수만의 군사를 잃고 가까스로 백제성으로 피신하였다. 그로 인해 전쟁 실패에 대한 자괴심과 화병으로 죽고 만다. 

황제에 오른 후 승승장구하던 유비의 기세는 ‘이릉대전’의 패배로 꺾이게 된 것이다. ‘이릉 전투’의 패전 이후 국력 손실이 심하여 촉은 혼란을 겪으며 제대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 결국 유비는 제위에 오른 다음 해에 오나라를 친정(親征)하였으나 대패하고 말았다. 

어쩌면 역으로 촉나라의 실력이 오나라조차 격파하기 힘들 만큼 미약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도원결의 3형제는 허망하게 파산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제갈량의 자만도 촉의 멸망에 한몫을 했다. 그는 마속이 총명하기에 기특히 여겨 애제자처럼 총애했다. 그러나 유비가 죽으면서 마속을 절대로 중용하지 말라는 유언마저 무시한 채 아주 중요한 ‘가정 전투’에 투입하여 3만의 병력이 5천 명 정도만 살아오는 대패를 하면서 촉나라의 천하 제패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수십 년을 군사 제갈량의 제자로 휘하에서 모든 전략을 터득했다고 교만을 부리던 마속도 스승에게 읍참(泣斬馬謖)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렇듯 자만과 오만, 교만은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도 망치게 한다는 교훈을 절절하게 들려주고 있다.

삼만(三慢)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조직의 리더가 겸손과 절제력을 체득하고 발휘해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정기적인 리더십 교육을 통해 리더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기회를 제공하고, 생산적인 소통과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어 협력과 협업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민주가 없는 이름뿐인 민주 무리, 허울뿐인 민생을 챙기는 척하며 본분을 외면하는 자칭 선량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와 신성한 의술을 외면한 의사들, 사랑과 믿음이 없는 가정의 해체, 국민이 빠진 대의 활동 등이 우리를 서글프고 우울감에 빠져들게 한다. 

삼만 증후군에 젖은 그런 리더와 조직과 사회를 바꿀 사람은 우리들(국민)뿐인데, 우리들마저 흔들리는 세태를 겪으면서 성찰과 각성을 수없이 뇌까려 본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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