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입구는 틀어막고 출구만 뚫려 있다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입구는 틀어막고 출구만 뚫려 있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4.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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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옛날 어떤 지혜로운 임금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밝고 활기차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임금은 백성과의 소통이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현명한 두 신하를 불러서 한 신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선(善)한 것을 알아 오라고 하고 다른 신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악(惡)한 것을 알아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두 신하는 정처도 두지 않고 고을과 고을을 두루두루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해답을 찾아 돌아왔다. 얼마 후 돌아온 한 신하는 임금 앞에 고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선한 것은 혀(舌)라고 대답하였고, 다른 신하도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악한 것도, 혀(舌)라고 대답했다. 

임금은 무릎을 치며, 혀(말)를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백성을 교화하라고 당부했다.

두 신하가 같은 대답을 한 것은 사람의 혀는 예리한 칼과 같아서 함부로 말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칼로 찌르듯 상처를 남길 수 있고, 반면 다른 혀는 바르고 고운 말을 통해 남의 아픔을 치유해 주기도 한다. 

또한 혀(말)는 사람을 살리는 활인어(活人語)가 될 수 있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어(殺人語)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시 돋친 말은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무책임한 유언비어는 한 사람을 무고하게 매장하여 버릴 수도 있다. 부드러운 말은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며 따뜻한 격려의 말은 절망한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말은 돈이 들어가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보배인, 것이다. 폭력에 의한 상처는 아물지만, 말의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동물의 생존 도구를 살펴보면, 사자는 날카로운 이빨로 사냥을 하여 생존해 나간다. 독수리도 역시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을 통해 생존한다. 그러나 사람은 언어를 생존 도구로 삼는다. 그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말을 하기 전에는 그 말을 내가 지배하지만 말을 해버리고 나면 그 말이 나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한번 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고 나에게 이로운 말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상대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은 서운한 말은 저승에 갈 때까지 가슴에 담고 가게 된다는 뜻이다.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처럼 내가 한 말은 곧 나의 인격이고 품위요 품격이다. 얼굴이 안 보이는 인터넷 문화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이 지켜야 할 최고의 ‘에티켓’이 바르고 고운 언어를 쓰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말 따뜻한 말 고운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가슴에 씨앗처럼 떨어져 뜻밖의 시간에 위로와 용기의 싹이 나게 되고 그 싹은 행복의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생활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된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습관을 분석하면 당신의 성공을 짐작할 수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갉아 먹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부정적인 말을 사용하여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말에는 에너지가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다. 

자신이 한 말은 내부와 외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내부적으로는 신체와 생각에 작용한다. 외부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나 우주에 작용한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생각과 말 등 우주의 모든 사건들이 ‘아카샤(Akasha)’라고 불리는 미묘한 매체에 영원히 아로새겨진다고 전해져 온다. 

말이 외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간단하고 신기한 실험이 있었다. 금방 지은 쌀밥을 두 그릇에 담아 한 그릇에는 "예쁘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해주고, 다른 그릇에는 "미워, 짜증나, 죽어버려라"라고 수시로 말을 하게 했다. 

보름 정도 지나니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은 그릇의 쌀밥은 구수한 누룩처럼 변했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받은 쌀밥은 썩어 버리고 말았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소중한 생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아름답고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의 말을 성공적으로 가꾸면 당신이 원하는 열매를 무한히 안겨줄 성공나무로 잘 자라게 된다. 세상을 지배한 사람들은 말을 지배한 사람들이었다.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 의회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말했다. 이러한 호소에 힘입어 사람들은 죽음도 불사한 독립전쟁을 치른 결과 1783년 마침내 미국의 독립을 쟁취했다. 

언어는 이렇듯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이 그냥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머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생각은 스스로 쌓아온 교양과 지식학습에 의해서 입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혼란하고 바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언어문화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언어사용은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목도하고 있다.

이번 4월 여의도 행진곡을 부르며 마구 쏟아져 나온 행진자들의 언어 홍수에 많은 국민이 실망과 분노마저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생각에는 쓰레기나 오물이 범벅되지 않았는지 의심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요즘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다.

해괴한 논리와 오물과 쓰레기를 능가하는 언어에 질려 버렸기 때문이다. 생각이 있는 건지 이성이 있는 것이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은 머리와 표현의 입구를 봉쇄해 놓고 열린 입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머리와 입구 관리, 그것은 공부하지 않고 계발하지 않으면 제멋대로 말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를 넣은 곳에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로 올바르지 않은 데이터를 입력하면(garbage-in) 올바르지 않은 결과의 값이 나온다(garbage-out)는 의미이다. 

우리 속담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으며, "사람이 거짓말하지 기계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따라서 무가치한 데이터를 넣으면 무가치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인데 막말하고 거친 말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바른 데이터를 입력하여 올바른 결과의 값(바른 언어)을 낼 수 있는 입구 관리(공부하고 학습하고 독서하는)를 잘하여 출구 관리(표현력의 향상, 아름다운 언어문화 제고)가 잘되도록 노력하는 사람과 리더가 늘어 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하는 것은 나 하나 뿐이 아닐 것이다.

날마다 숨 쉬듯이 사용하는 말을 제대로 디자인 하는 것은 인생을 제대로 디자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인생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지독한 말 한마디는 사람의 영혼을 서서히 썩게 만든다.

이제 여의도행도 결정되었으니 새롭게 시작되는 의정 단상에서는 교양과 소양이 넘치는 언어사용을 통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지는 선량(選良)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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