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동안 국민 드라마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였던 드라마 대장금을 다시 보면서 우리의 일상에서, 새겨 보았으면 하는 내용을 찾아보았다.
오래전의 드라마라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으나, 잘 살펴보면 드라마에서 전해오는 감동만큼은 틀림없이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양고전을 학습하다 보면 하늘과 땅[天地], 우주(宇宙) 등 일견 거창해 보이는 주제들이 많이 나온다. 공자는 "근취제신(近取諸身)하고 원치제물(遠取諸物)하라(가까이는 내 몸을 보고 살펴야 하고, 멀리는 하늘 땅 우주를 살펴보는 것)"고 했다.
비록 천지나 우주보다는 사소하고 작게 보이는 것이지만 대장금의 주요 대사들은 인간의 마음과 인간관계를 새겨 볼 수 있는 좋은 내용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장금이 “저는 음식을 만들면서 늘 먹는 분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기원합니다. 부디 제 고마움이 이 음식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라고 음식하는 이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은 현실에 경구로 들려 온다.
음식을 하는 사람은 음식을 먹는 고객을, 운전을 하는 사람은 탑승하고 가는 고객을, 말을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을, 옷을 만드는 사람은 옷을 입는 고객을, 강의하는 강사는 수강하는 수강생을, 의사는 환자를, 정치가는 국민을 배려하고 말한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밝아질 것인가?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장금의 Mind를 본받는다면 이 세상은 훨씬 밝고 따뜻해질 것이다. 남을 위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금의 멘토인 한상궁이 변하지 않는 마음 초심을 말하며, 이기는 일에 급급한 장금에게
“내가 어찌 너의 성품을 모르겠느냐? 하지만 사람이 변하는 것이란 대개의 경우가 자신도 모르게 변하는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 놓이다 보면 그것이 맞게 가는 것인지 아닌지는 따져보지도 않고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보자고 덤비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렇게 길이 들여지는 것이고, 그렇게 살다 보면 가려고 했던 바른길은 보이지 않고 눈앞에 놓인 과제만 보이는 것이다.”라며 바른 초심이 변해서는 안 되는 마음가짐을 지적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종종 어려움과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때로 그 과정에서 너무나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종종 잔꾀를 쓰거나 올바르지 못한 길을 걸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한상궁은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여 큰 실수를 했던 장금이를 용서하며 타이르는 한상궁의 삶의 철학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마음을 바탕으로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두 마음을 품지 않고 오직 올곧은 한마음을 가지는 것, 동양고전에서는 그것을 일심(一心)이라고 했다. 비록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심의 경계를 체득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금이 "저는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으로 권세와 부에 이용하는 사람들을 용서치 않습니다. 음식이 그러할진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은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됩니다."의 말도 의미가 깊다.
중국의 고위 사신(使臣)이 ”나는 조선의 사람도 아니며 오래 있을 사람도 아니다. 대충 내가 원 하는 음식을 해주어 보내면 될 것을 어찌하여 고집을 피우느냐?“고 말하자 장금은 ”그 어떠한 경우라도 먹는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을 올려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음식을 하는 자의 도리입니다“ 라고 말한다.
사신이 "그로 인해 자신에게 크나큰 위험이 닥쳐와도 그러할 수 있느냐"는 말에 장금은 최상궁이 올린 만한전석(滿漢全席:최고로 진귀한 요리)을 물리게 하고 기어이 사신에게 거칠지만 이로운 약이 되는 음식을 올린다.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관된 마음으로 올바른 뜻과 소신을 펼치는 장금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조선인의 올곧은 심성을 부각하여 조정의 외교를 도운 것이다.
사람은 평상시에는 누구나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의 안위나 이익과 관련된 일이 발생하게 되면 크게 갈등하게 마련이다.
안중근 의사는 "이익을 보면 먼저 정의를 생각하라(見利思義)"고 말씀하신 것이 새삼 마음에 다가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익과 정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익을 택한다. 그래서 세상이 뒤죽박죽 살기 힘들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최상의 가치는 항상 '정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의 사회 구현은 경찰서나 검찰, 법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개개인의 마음이 하는 것이다. "이익을 보면 먼저 정의를 생각하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 중 민정호가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장금이 ”저로 인해 모든 것을 버리셔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저로 인해 천민으로 사셔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붓을 잡던 손으로 흙을 묻히셔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초목으로 끼니를 연명하실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습니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민정호는 "얼마를 더 다짐받으셔야 나와 함께 떠나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은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2년 정도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어떤 심리학자가 연구한 결과도 그와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 많은 분들은 내용에 공감은 하면서도 나만은 그런 짧은 사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장금과 민정호의 로맨스를 보며 아주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서로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과 사랑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인스턴트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인생살이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20~30%에 넘나드는 이혼율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사랑도 "one-night stand"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못내 슬픈 생각마저 든다.
진정 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한 것인가? 가능성은 늘 우리들 자신에게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드라마 대장금을 다시 보기 하시기를 강추(强推)하고 싶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