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유형 대부분 출퇴근·근무 중 부주의로 인한 골절상
명확한 안전관리 가이드라인과 예방책 필요
부상 위험 높은 고령근로자, 산재 무서운 민간기업에 기피 대상되나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어린이와 청년보다 중년과 노인이 더 많은 나라. 노년시기 부양을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평균 수명의 증가와 자녀들에게 노년기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수 많은 노인들이 생활 유지를 위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4일 발표한 '활동적 고령화를 위한 고용정책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 가구를 유형별로 살폈을 때 고령자 1인 가구가 187만 5천 가구, 36.1%로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부부(182만 9천 가구, 35.2%), 부부 및 미혼자녀(48만 가구, 9.2%), 부(모) 및 미혼자녀(28만 7천 가구, 5.5%) 유형이그 뒤를 따랐다. 고령자 1인가구와 고령자 부부 가구가 약 71.3%로 고령자로만 구성된 것이다.
당장 노동을 통해 한 달 소득이 없이는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노인들이 숱하게 많아지고 있는 셈. 이런 까닭에 체계적인 노인 복지 시스템이 부족한 우리 정부는 노인들에게 재취업을 독려하고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노인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고령층 일자리 정책은 필수적이다. 이런 연유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복지부의 노인일자리다.
그러나 노인 일자리가 늘면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노인층 건강에 적색불이 켜졌다. 일자리 현장에서 안전사고에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부상을 입거나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인일자리의 안정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인층의 높은 부상 빈도와 중대재해처벌법의 강도높은 처벌 수준으로 인해 민간에 노인일자리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노인일자리 안전사고 3000건 넘겨...86% 이상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서미화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3086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 2022년도 1658건에 비교하면 무려 86.1%나 급증했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가 101만명을 넘어서면서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안전사고 유형은 골절이 1850건으로 가장 많았고 타박상(422건), 염좌(165건) 등의 유형이 발생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노인일자리 사업 보험사를 확대하면서 보험 보장성이 강화돼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전보다 폭넓게 사고와 산재를 인정하다보니 수치에 반영되는 비중이 늘었단 해석이다.
그러나 보험 보장과 별개로 사고에 노출된 노인들이 다수인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잡초 관리를 하던 어르신 A씨가 도랑으로 떨어져 낙상 사고를 입는가하면, 지난 4월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환경미화활동을 하던 80대 어르신 B씨가 차량에 치인 뒤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노인일자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수행기관으로부터 '사망사고 발생현황 보고서'를 제출받아 문제를 파악하고 재발방지에 나서야하는데, 지난해 수행기관이 제출한 사망사고 보고서는 6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조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안전교육이나 매뉴얼은 현재까지 보급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지난 8월 14일 노인 일자리 정책 기반 조성을 위한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제정안'을 발표하고 입법 예고했다.
해당 제정안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지원기관의 시설과 인력 수준을 상향 조정하고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전담인력 배치, 보상체계 마련, 안전교육 실시, 위험성 평가 등 조치를 하여야 함을 규정했다.
노인일자리를 보급하는 국가 및 지자체에 안전사고에 관한 책임과 관리기준을 보다 명확히한 것이다. 이를 통해 노인일자리의 양적 증대 뿐 아니라 질적 상향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쉽게 발생하는 고령층 산재, 사업주 처벌보단 예방 위주 정책이 필요
이처럼 국가 사업인 노인일자리 사업에서도 노인 재직자의 안전 관리에 적색불이 켜진 현재, 민간에서는 고령자 채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유형은 해마다 폭넓어지고 있고, 산재 발생 시 사업주나 안전관리자에 대한 책임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어, 사고 발생 위험이 큰 고령 재직자를 채용하는데는 막대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민간 고령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현재 사고 발생 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중대재해처벌법을 예방 중심으로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부상 유형 중 다수는 출퇴근 및 활동 중 부주의나 참여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신체 활동능력이 저하되고 골다공증이나 근력감소, 대처 순발력 저하 등 신체적 노화가 빈번한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고령층의 경우 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여지없이 사업주와 사업현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안전관리가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었다면 처벌은 면할 수 있겠지만 해당 기간 동안 업무능률저하나 조사에 임해야하는 시간 등 영업 손실은 면하기 어렵다.
민간에서도 고령층 일자리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동조해달라고 장려하면서도, 안전관리에 대한 부분은 오롯이 기업이 책임져야 하다보니 고령층 채용 자체를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물의 청소 및 환경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 기업의 대표는 "계단 청소와 같은 업무는 50대 여성 근로자들이 대다수다. 몸을 쓰는 일이다보니 60대가 되면 근로자가 먼저 계속 근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사고 우려때문에 회사에서 퇴직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3년 949만 명에서 2040년 1,72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여 2050년 1,893만 명으로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노인일자리 사업만으로 이들이 필요로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단순 일자리, 사회공헌형 일자리에 그치는 국가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서 벗어나 충분한 소득과 지속적인 종사가 가능한 민간 고령 일자리 전환은 많은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해온 부분이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층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로 동반되어야 하는데, 현 시장에서는 민간의 참여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고용을 했을 때 이점보다 수반되는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세종대학교 시니어산업학과 신향숙 교수는 "현재 정부가 계속고용장려금 등으로 민간의 고령자 고용 참여를 유도하고 계속고용을 위해 정년 조정, 우수사례 발굴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핵심은 기업이 고령자를 채용하는데 따르는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용 시 받는 베네핏보다 고용 후 사고 발생 시 우려되는 불이익이 더 큰 상황을 꼬집은 제언이다.
신 교수는 "시니어인턴십처럼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고용에 따른 리스크를 덜어주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민간에서 고령층 고용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