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년은 커녕 일할 곳도 없다! 불붙은 정년논쟁 속 고령층일자리 이슈
[초점] 정년은 커녕 일할 곳도 없다! 불붙은 정년논쟁 속 고령층일자리 이슈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4.11.13 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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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년 60세→63~65세로 연장 논의 본격화
임금 개편 필요유무 두고 노사 의견 엇갈려
정년연장에만 집중된 초고령사회 노동 시장에 '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고령층 전체에 적용가능한 대책 있어야
65세 인구 비율 20%를 목전에 두고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년 연장을 둔 논의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인구 증가로 파생되는 각종 사회적 문제 해소를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같은 근본적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5세 인구 비율 20%를 목전에 두고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년 연장을 둔 논의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인구 증가로 파생되는 각종 사회적 문제 해소를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같은 근본적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초고령사회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예년보다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25년부터는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년 연장이 피할 수 없는 고령사회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 달 행정안전부는 공모직 등에 관한 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정부 부처 청사의 환경미화 및 시설관리 담당 공무직의 정년을 기존 만 60살에서 최대 65살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정년 연장에 대한 의사와 입법 필요성은 여야 모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정년 연장을 핵심 정책으로 삼은 가운데, 순차적인 정년 연장에 대한 당의 의견이 제출되었고 민주당 역시 박홍배 의원 등 다수 의원이 단계적 정년 연장에 대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대한 회의감을 보이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4050세대 비자발적 퇴직과 희망퇴직이 줄 잇고 있는 현 시점에서, 법제적인 정년 연장이 고령층 일자리 확보보다는 기업의 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와 함께, 정년 연장이 정규직 임금근로자 중 일부 소수에게만 유효한 영향을 미치면서,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봇물터진 정년연장 논의...노사 동상이몽은 걸림돌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은 평균 수명의 증가와 맞물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말 그대로 앞으로 더 살아야할 날은 많은데, 당장 일을 그만두면 생활을 유지할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거쳐 국가는 선진국으로 발전했지만, 개개인은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만큼 자산을 축적한 사례가 소수에 불과해 정기적인 일 없이는 당장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하길 희망하는 고령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중 장래에 일하길 원하는 인구는 무려 1109만 3000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49만 명 이상 늘었다. 노인 10명 중 7명(69.4%)가 생활비 등의 이유로 계속된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성인 4056명을 대상으로 '정년 후 근로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87.3%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당장 정년 시점이 가까운 50대 이상 응답자의 경우 95.8%가 정년 이후 근로를 희망했다.

응답자들이 경제활동 전선에서 '은퇴'하고 싶은 시점은 72.5세로 집계됐다.

따라서 정년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70세 이후까지 일하길 희망하는 이들이 다수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정년 연령은 만 60세로 희망 퇴직 시점보다 10년 이상 빠른 탓이다. 노인 복지 수단인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63세이나 65세로 연장되면서, 정년 시기와 수급 시기의 격차가 커진 점 또한 정년 연장의 필요성으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실효성 있느냐는 데 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일자리에서 정년을 마치고 퇴직하는 비율이 현저히 적다는 데 있다.

정규직 임금 근로자 중 정년까지 근로하여 퇴직하는 비율은 15%에 그친다. 정년 제도에 영향을 받아 고용안전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극 소수에 불과한데, 천편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고령층 빈곤과 노인 복지에 효과를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통계청의 조사에서 55세~64세에 해당하는 취업 경험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로 50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를 희망하는 나이인 72.5세, 실질 은퇴 연령인 72.3세보다 22년 이상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현재 법으로 정해진 정년 나이 60세 조차 채우지 못하고 퇴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정년 연장과 임금 문제를 둔 노동계와 경영계의 동상이몽도 정년연장에 걸림돌이다. 경영계는 숙련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 인구를 활용하는데 호의적이지만, 호봉제와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러한 바탕으로 현재 현장에서 도입되고 있는 것이 '퇴직 후 재고용' 형태도 고령 근로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퇴직 후 재고용 시에는 기존의 근속 연수 등에 의존한 임금이 아닌 직무와 성과 중심 근로계약을 새롭게 체결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에서 해소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연공서열식으로 연차에 따라 직급과 호봉이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보니 고령근로자의 경우 쌓인 경력만큼 임금이 높아져 높은 위로금을 주고서라도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때문에 경영계는 정년을 법적으로 연장할 경우 이와같은 임금 부담과 경영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완충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고령층 고용과 정년 연장에 대한 기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정넌 연장에 따른 경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불안을 느끼는 주된 이유 1위는 연공, 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이 26.0%로 가장 높았고 조직 내 인사적체 심화가 23.2%로 뒤이었다.

정년 연장 시 경영부담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비중도 14.9%에 달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의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며 "일률적인 정년 연장을 지양하고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임금삭감 없는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현재 도입 되어 활용 중인 임금피크제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도 자체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설계된 제도라고 주장하며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공식 규탄을 이어오고 있다.

■ 노인 빈곤과 고령층 일자리 문제, 정년연장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근본 대책 
정년 연장에 부정적인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노인 일자리의 부족'이다. 정년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고령층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근무지가 극소수이다 보니, 정년 연장이 노인 빈곤과 생산력 저하 해소에 기여하는 효과는 한계점이 분명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년연장이 고령 근로자와 관련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가장 필요로한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이나 재취업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과반 이상은 공공형 일자리로 소일거리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자식의 부양을 받으며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노년층이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부양 형태의 변화로 앞으로는 생계를 위한 노인 일자리를 구상해야하는 시점이다.

일해야만하는 노인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고령층이 많다.
일해야만하는 노인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고령층이 많다.

노인일자리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민간형 노인 일자리에 대한 발굴 속도는 더디기만하다. 일부에 불과한 전문영역을 제외하고서는 고령층의 경험만을 보고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이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안전 위험성 증가, 경직된 노동시장, 연공서열식 임금구조 등 고착화된 한국의 노동시장이 대다수 고령 근로자에겐 취업에 불리한 조건인 탓이다. 때문에 한국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동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노인 일자리 발굴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은 분명 필요한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최근 고령층 일자리 문제의 모든 화제가 정년연장에만 매몰되어 있는 점은 지양해야한다. 정년 연장 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고령층은 '정년 연장까지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에 소속된 정규직 임금근로자에 제한된다. 

닥쳐올 초고령사회에서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청년층과 중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노인층, 상대적으로 더 빈곤하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에 있는 이들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대해 사단법인 한국애티브시니어협회 황규만 회장은 "고령근로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고도화된 직업훈련과 재취업 교육 발굴 그리고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년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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