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박사의 건강칼럼] 말도 안 되는 국가대표 선발전!_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손기정 선수
[이윤희 박사의 건강칼럼] 말도 안 되는 국가대표 선발전!_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손기정 선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8.12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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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yhlee@posyko.com)
ㆍ운동생리학 박사
ㆍ한국운동영양학회 부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ㆍ대한육상연맹 의무분과 부위원장(운동생리,영양,도핑 부문)
ㆍ(주)파시코 대표이사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孫基禎, 1912년생)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며,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다만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당시 일제강점기였기에 일본 국적으로 출전하였다. 이름도 손기정이 아닌 손 기테이(Son Kitei)로 표기되었다.

손기정은 어릴 때부터 중·장거리에 강하여 지방 대회에서 우승을 독차지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체육, 미술, 음악은 타고난 재능이 대부분을 좌우한다. 특히 체육 중에서도 달리기 종목은 타고난 신체 조건, 특히 근육 타입(Ⅰ, Ⅱ의 구성 비율)이 천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932년 3월 서울(당시 경성)에서 열린 제2회 동아마라톤에 출전하여 2위를 한 결과, 만 20세임에도 불구하고 당대 뛰어난 중·장거리 선수들을 배출한 ‘양정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자 손기정의 기량은 일취월장하여, 1년 후 제3회 동아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35년 도쿄 메이지 신궁대회 마라톤 풀코스에 5번째 출전하여 2시간 26분 42초라는 비공인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1936년 5월 21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 선발전에 동갑이자 양정고보 2년 선배였던 남승룡(南昇龍, 1912년생) 선수와 출전하여 1위 남승룡, 2위 손기정으로 입상함으로써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후일담이지만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 1위가 예상되던 손기정이,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이니 마지못해 선발하더라도, 일본 선수 2명을 국가대표로 선발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양보하여 남승룡을 1위로 만들어 할 수 없이 국가대표로 선발되게 하려고 2위를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일본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일본은 손기정과 남승룡을 어떻게든 탈락시키고 순수 일본인을 출전시키고자 언제나 그렇듯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잔머리를 굴렸다. 

올림픽 출전 인원은 3명이었기에 선발전에서 3위, 4위를 한 일본 선수를 예비 후보로 넣어 총 4명이 베를린 현지에서 (운동생리학 관점에서 현재로서는 말도 안 되는) 2차 선발전(7월 22일, 30km)을 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대회(8월 9일)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이러한 기괴한 일을 스스럼없이 자행한 것이다.

대회 출전을 위해 6월 1일 (당시에는 가능했던)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긴 여정 끝에 6월 17일 간신히 베를린에 도착한 선수들에게는 충분한 식사, 휴식,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그렇게 별별 꼼수를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2차 선발전 30km 내내 손기정과 남승룡을 따라잡지 못하자 일본 선수들은 몰래 코스를 이탈해 지름길로 가는 전대미문의 반칙까지 저질렀다. 

이를 알아챈 손기정과 남승룡은 분노하며 반드시 이기자고 다짐하고 달렸다고 한다. 여담으로, 지름길로 왔으면서도 늦게 들어온 일본 선수에게 남승룡은 귀싸대기를 날리며 격분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2차 선발전에서도 손기정과 남승룡은 사이좋게 1, 2위를 나누어 가졌다. 2차 선발전에서 현지 적응에 실패하여 컨디션 난조를 보인 일본 선수가 기권하면서, 1936년 일본 대표팀 마라톤 출전 선수는 손기정, 남승룡, 타마오 시와쿠(본 대회에서는 중간 기권) 3인으로 결정되었다. 

올림픽에서 손기정이 1위(금메달, 2시간 29분 12초, 올림픽 신기록), 남승룡이 3위(동메달, 2시간 31분 42초)를 차지하며 눈물 나는 우여곡절을 겪고 금빛 찬란한 영광으로 마무리되었다.

손기정은 자서전에서, 가난으로 인한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일본 선수를 이기기 위해 마라톤에 매진했다고 적고 있다.

*누죽달산: 누우면 죽고 달리면 산다.
**운동은 치킨처럼: 유산소 운동 반+ 무산소(근력) 운동 반
***만사는 불여튼튼~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능한 이른 나이부터 운동을~
****닦고(심장혈관 안팎을) 조이고(근육, 인대, 건 등을) 기름치자(조금 덜 먹고 제발 일찍 자자)

이윤희 (yhlee@posyko.com)
-운동생리학 박사
-한국운동영양학회 부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대한육상연맹 의무분과 부위원장(운동생리,영양,도핑 부문)
-전 2020도쿄올림픽 특별지원팀(영양분과위원)
-이제는 운동도 식사처럼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
-(주)파시코 대표이사
-국가대표,프로스포츠 선수 영양컨설팅, 운동과 건강,영양 관련 수많은 기업강연 전문가
-보디빌딩 1급 지도자, 건강운동관리사 3급
-풀코스 마라톤 260여회 
-울트라마라톤 60여회 완주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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