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네 가지(四耐) 인내심(忍耐心)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네 가지(四耐) 인내심(忍耐心)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7.04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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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요즘 세상이 온통 잿빛처럼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돌아가는 꼴을 보면 모든 것이 불안하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하다. 연일 일어나는 사건사고와 여의도의 진풍경은 우리를 화나게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과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이 끝날 기미가 없어 보여 불난 마음에 부채질을 하는 형국이다. 화를 참지 못하고 일어나는 일상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은인자중하며 살아야 할 듯하다.

조선 시대에 가장 유명한 역술인으로 손꼽히는 사람이 세종대왕 때부터 세조에 이르기까지 활약한 홍계관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특히 신수점을 잘 치기로 유명하였는데, 신수점이란 사람의 운수, 즉 길흉화복을 알아맞히는 점을 말한다. 이 홍계관의 신수점이 얼마나 신통했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홍계관에게 후일에 정승이 된 한 젊은 선비가 찾아와 평생 신수점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한참 산통을 흔들던 홍계관은 깜짝 놀라며 그 선비에게 "장차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부귀할 사람인데, 자칫 실수로 살인할 액이 끼어 있어 그 죄로 평생을 망칠지도 모르겠소"라는 점괘를 내놓았다.

젊은 선비가 그 화를 피할 방법을 묻자 홍계관은 "꼭 한 가지 있긴 한데 선비님께서 실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라고 말한 뒤, "인(忍) 자를 많이 써서 집안에서 눈에 잘 띄는 곳마다 붙여 놓도록 하시오"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 선비는 홍계관이 시킨 대로 안방은 물론 마루, 부엌, 기둥, 방문 등 붙일 만한 곳이 있으면 모두 '인(忍)' 자를 써서 붙여 놓았다.

어느 날 그 젊은 선비가 술에 취해 밤늦게 집에 돌아와 보니 댓돌 위에 신발이 두 켤레가 있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방안을 살펴보니 부인이 웬 상투 튼 외간 남자와 함께 곤히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어른거렸다. 격분한 선비는 두 남녀를 요절내기 위해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들었다.

그때 마침 부엌에 붙여 놓은 인(忍) 자가 눈에 띄었지만, 분을 삭이지 못한 그 선비는 식칼을 들고 부엌을 뛰쳐나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둥에 써 붙인 인(忍) 자가 보였다. 그러나 그 인(忍) 자에도 그는 화를 삭이지는 못했다.

<이미지 : 다음>
<이미지 : 다음>

"아니야, 아니야, 아무래도 이건 절대로 참을 수 없다." 마음속으로 외치며 방으로 달려 들어가려는데, 선비 앞에 이번에는 방문 앞에 쓰인 인(忍) 자가 보였다. 그 선비가 아무리 화가 나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세 번째 마주친 인(忍) 자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밖에서 부스럭 소리를 들었는지 그 순간 잠이 깬 부인이 방문을 나서며 선비에게 물었다. "서방님, 어느 결에 오셨습니까? 제가 그만 깊이 잠이 들어 죄송합니다."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 선비는 부인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저, 저 상투 튼 놈은 누구요?" 그러자 부인은 방 안으로 되돌아가 잠든 이를 깨웠다. 그런데 눈을 부스스 비비며 "아니, 형부 이제 오셨어요?"라고 인사를 하는 이를 보니 처제가 틀림없지 않은가.

알고 보니 더운 날이라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를 틀어 올린 수건이 마치 상투를 튼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선비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큰일을 치를 뻔했구나. 참을 인(忍) 자 덕분에 화를 면하게 되었구나.’라고 마음속으로 뇌까리던 그 선비는 홍계관의 탁월한 예지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그를 만나 후사하였다고 한다.

후일 정승이 된 그 선비는 늘 자손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사람이 어떤 경우에도 인내하고 살 줄 알아야 한다"고 훈계하곤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참을 인(忍) 자 셋이면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참을 인(忍) 자는 칼 도(刀) 자 밑에 마음 심(心) 이 놓여 있다. 그대로 참을 인(忍) 자를 해석하자면 가슴에 칼을 얹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시퍼런 칼이 내 가슴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가슴 위에 놓인 칼에 내가 찔릴지도 모를 상황인 것이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해서 누가 와서 짜증 나게 건드린다고 뿌리칠 수 있을까?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풀이를 할 수 있을까? 결국 화풀이를 해 보았자 나만 상하게 되고 말 것이다. 화나는 일이 생겨도 감정이 폭발하더라도 참고 또 참아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듯 ‘참을 인(忍) 자’는 참지 못하는 자에게 가장 먼저 피해가 일어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자기 평정을 잘 유지할 줄 아는 것이 인내하는 것이다. 참을 인(忍) 자에는 또 다른 가르침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속에는 때로는 대나무 죽순처럼 솟아오르는 것들이 있다. 온갖 미움과 증오, 분노, 울화, 배타심 그리고 이기심과 탐욕이 넘쳐 오르게 된다.

이런 것들이 싹틀 때마다 마음속에 담겨 있는 칼로 잘라 버려야 한다. 인내에는 아픔을 참아야 하고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를 잘 극복하여 인고(忍苦) 의 삶을 터득하는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품격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

‘명심보감’ 여덟 번째 주제인 ‘성품을 경계하고 다스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덕목이 바로 ‘참을 인(忍)’이라고 했다. 모든 문제에는 인내가 최고의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지혜로운 삶을 살려고 하면 인내심을 길러야 하는데 그 핵심은 네 가지(四耐) 를 잘 참아야 한다. 냉대(耐冷) 를 참아야 하고, 고통(耐苦) 을 참아야 하고, 고독(耐閑) 을 참아야 하고, 번뇌(耐煩) 를 참아야 한다. 참는 자에게 복(福) 이 온다고 했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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