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고용 이슈] 20년 묵은 고용허가제 "업종별 유연성 풀고 지도감시 강화로 책임 늘려야"
[외국인고용 이슈] 20년 묵은 고용허가제 "업종별 유연성 풀고 지도감시 강화로 책임 늘려야"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4.08.14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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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고용허가제 20주년 세미나에서 업·직종 확대 언급
6개 업종과 일부 직종에만 허용 중인 고용허가제...불법체류자 양산
"고용 가능한 업종·직종, 쿼터 상한선 풀고 기업 감시는 촘촘히 할 필요 있어"
올해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 20주년을 맞았다. 인구구조 변화와 내국인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이 갈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시대에 발맞춘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 20주년을 맞았다. 인구구조 변화와 내국인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이 갈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시대에 발맞춘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H-2, E-9 비자를 가진 외국인을 국내 사업장에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도입 20주년을 맞았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저임금·고노동 일자리에 대한 기피가 심화되면서 외국인력을 국내로 유치하는 규모가 해마다 커지는 가운데, 도입 20주년을 맞은 고용허가제도 현장에 맞춰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고용허가제 20주년 기념 정책 세미나에서 "외국인력 업종과 직종을 확대하고 필요한 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용허가제는 지난 2004년 8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도입된 제도로 특별한 경력이나 자격이 요구되지 않는 비전문 일자리에 내국인 구인을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인이 어려운 경우 외국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외국인력의 관리는 정부가 주관하고 업종별로 도입 규모를 배정해 사업장이 신청하면 점수제에 따라 평가해 사업장에 인력을 보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는 26만 명이 넘는다.

이렇듯 제조업을 포함해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많은 업종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력을 고용하고 구인난을 다소 해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점은 많다. 

먼저 출입국관리법과 외국인 근로자 보호를 위해 외국인력 도입부터 관리, 배정까지 정부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허용 가능 업종과 직종이 제한적이다. 또 규모도 실제 현장에서 부족한 수요와 공급 배분이 명확히 일치하지않아 혼선을 빚기 일쑤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고용허가제의 경우 부처별, 비자별로 분절적으로 관리가 되다보니 통합적인 관리와 서비스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뒤따른다.

12일 진행된 '고용허가제 20주년 세미나'에 참석한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비자간 칸막이로 부처간, 중앙·지방간의 정책 연계 인프라가 미흡하다"며 "우수인력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가족동반, 지역사회 정착 등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체계가 부재하다"고 강조했다.

■고용허가제 한계점 1. 장기체류 어려워 숙련자 배양 실패
현행법상 고용허가제 (E-9)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머물며 최대 일할 수 있는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고용허가제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최장 10년까지 국내에 머물 수 있는 토대가 지난해 마련됐지만, 체류 자격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근로 공백이 불가피하다. 

연장 자격 조건이 먼저 외국인 근로자가 다시 본국으로 출국하는 것이 전제이고 본국에서 다시 6개월 이상 기다린 후 이전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에 대한 고용 신청을 해야 체류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반년간 실업 상태를 면하기 어려워 체류 연장을 꺼릴 수 밖에 없다. 본국에서 6개월이란 시간을 보낸 뒤 사업주가 자신을 재고용할 것이란 보장이 없는 탓이다. 

사업주의 경우에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안그래도 일손 부족이 만연한 현장에서 근로자 한명의 6개월 공백은 치명적인데다, 6개월 뒤 연장 신청을 한다고 해서 해당 근로자가 잡음없이 다시 재근무할 것이란 확신을 갖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의 경우 기능실습생만으로 최대 5년을 머무를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정적으로 한국을 머물기 위한 방법으로는 E-7-4 비자를 취득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제조업과 뿌리산업체 등 일부 업에 한해서만 기능공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인데다가 연간 쿼터 상한선과 소득조건도 뒤따른다. 

또 한국어 역량 검사를 위해 한국어 능력시험 통과를 필수로 하고 있어 언어소통은 가능하지만 시험의 점수에 미달하는 경우 비자취득이 불가하다.

제조업, 조선업 등 기술 기반의 업종에서 일손 부족으로 외국인 근력을 도입해 단기적 문제를 땜빵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의 숙련공 부재로 전반적인 품질 저하, 기술의 하향평준화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숙련공 부족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으나 이처럼 까다로운 취업비자 취득 절차를 유지하고 있는 연유는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확산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불법체류 중일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 규모는 46만명에 이른다. 이런 까닭에 단순히 장기 체류의 장벽을 높히고 외국인근로자를 한정적인 규모에서 도입해 관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빗발친다.

이에 정부는 E-7 비자 연간 쿼터를 2000명에서 3만 5000명까지 늘리고 체류자격 전환 요건도 완화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 피부로 와닿는 체감 온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고용허가제 한계점 2. 일부 업종에 일부 인원만 허용...불법적인 외국인근로자 키워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현장에서 대표적인 불편함으로 꼽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업종별, 직종별 제한과 고용 가능 규모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은근로자 고용 신청이 가능한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어업, 서비스업과 임업 및 광업 등 총 6개 업종이다. 

고용허가제 신청은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업종에 속한다고 해서 모두 고용허가제 신청 대상이 되는 것은 안다. 

예를들어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가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의 제한이 따르며 건설업은 발전소, 제철소 등 건설면허가 산업환경설비인 경우 신청에 제외된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신청 허용 업종이 더 제한적으로 ▲건설물폐기물처리업 ▲재생용 재료수집 및판매업 ▲서적, 잡지 및 기타 인쇄물 출판업 ▲음악 및 기타 오디오물 출판업 ▲폐기물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재생업과 음식료품 및 담배 중개업, 기타 신선 식품 및 단순 가공식품 도매업, 항공 및 육상화물취급업 중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식육을 운반하는 업체 중 하역 및 적재 단순 노동자에 한해서면 고용허가제 신청을 허용했다.

단 올해부터는 음식점업과 호텔업의 경우에도 시범사업을 통해 일부 제한을 풀어둔 상태다. 하지만 각 업종별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고용허가 신청이 가능한 경우는 극 소수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호텔업의 경우 서울, 강원, 부산, 제주 소재에서 주방보조원이나 청소원 등을 직접 고용하는 '호텔업·휴양콘도운영업·호스텔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들의 협력업체의 경우에는 건축물일반청소업으로 등록되고 호텔 및 콘도업체와 '1:1 전속계약'을 맺어 건물 청소원을 고용할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다.

이렇듯 약술하여 나열한 바에서 바로 알 수 있듯 고용허가제 신청은 매우 제약적이고 협소하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싶은 기업이 많고, 타국과 비교했을때 높은 임금과 선진적인 문화환경으로 한국에서 근로를 희망하는 외국인이 다수 있지만 정작 통로는 막혀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업계에서는 암암리에 불법체류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제대로된 근로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어 근로자의 노동 안정성은 더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고용허가제가 오히려 외국인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화성 공장 아리셀의 사고에서 외국인근로자 대부분이 F-2 비자를 취득한 상태였음이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이대성 교수는 "지나친 제약은 오히려 법의 사각지대를 넓히는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며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불가피한 지금은 법적 규제는 풀되 근로자에 대한 책임과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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