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ㆍ인하대학교 노인학과 초빙교수
ㆍ인천광역시 노인정책자문위원
제가 살던 곳은 요즘 SKY로 불리는 곳에 ‘S’가 위치한 곳이었다. 부모님은 대학과 멀지 않은, 흔히 녹두거리라고 부르는 곳에 조그만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였고, 어릴 적부터 다양한 가요와 팝송을 듣고 자라왔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후 20대 중반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10년 간 어학연수, 대학, 대학원까지 공부하면서 미국 생활에 대한 경험을 갖게 되었다. 대학원 때 공부했던 분야가 ‘노년학(Gerontology)’이었고, 노년학 커리큘럼 중 수강했던 과목 하나가 ‘부머 인구학(Boomer Demographic)’이었다.
미국에서는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듬해인 1946년부터 1964년까지 18년 간 엄청난 인구 증가(boom)가 있어 왔다. 2009년에는 이 세대의 인구가 7600만 명에 달하였다.
현재는 당시 신생아들이 많이 태어나게 되어 일명 ‘베이비부머’라고 하고, 이때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칭하고 있다.
그런데 18년이라면 1946년에 태어난 사람과 1964년에 태어난 사람을 같은 세대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살아온 경험과 성장 배경, 사회적ㆍ경제적 분위기 등이 동일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미국 메트라이프 고령경제 연구소(Metlife Mature Market Institute)에서는 1946년부터 1951년에 태어난 세대를 ‘고령부머(Older Boomer)’, 1952년부터 1958년에 태어난 세대를 ‘중간부머(Middle Boomer)’, 1959년부터 1964년에 태어난 세대를 ‘젊은부머(Younger Boomer)’로 3 세대로 분류하였다.
부머 시대별로 당시에 태어난 유명인을 살펴보자. 먼저 고령부머에서는 1946년생 동갑인 정치인 빌 클린턴과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1947년 생 가수 엘튼 존과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있다.
중간부머 세대로는 1955년 생 동갑인 기업인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1958년 생으로 가수 마이클 잭슨과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있다.
젊은부머 세대로는 1961년 생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1963년 생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1964년 생 기업인 제프 베조스가 있다.
고령부머의 맨 선두에 있는 분들의 현재 나이는 78세에 이르고 있다. 중간부머의 선두는 72세, 젊은부머는 65세이며, 마지막은 60세에 접어들었다. 이렇듯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완전히 60세 고령층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렇게 거대 인구집단이 고령층에 진입하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를 하나의 거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노년학과 제니스 와셀(Janice Wassel) 교수는 1950년대 뉴욕 지하철에 걸렸던 공익 포스터의 문구 하나를 소개하였다.
“당신의 미래는 거대하게 성장하는 미국 내에 있습니다. 매일 11,000명의 신생아들이 이 땅에서 태어납니다. 이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일,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의미합니다(Your future is great in a growing America. Every day 11,000 babies are born in America. This means new business, new jobs, and new opportunities.”
이러한 문구는 60~70년 이상 흘러간 현재 다음과 같이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고령화된 미국 안에서 당신의 미래는 제한이 없습니다. 매일 11,000명 이상의 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고령 산업 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일,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에서의 베이비붐 세대란 주로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74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데,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년~1974년생)로 나뉜다.
당시의 출생아 수는 한 해 90만 명이 넘었으며, 사회 문화적으로는 1955~1959년생은 산업화세대 또는 유신세대, 1960~1969년생은 86세대로 보기도 한다. 특히 베이비 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유명한 편이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들도 상당한 인구층을 가지는 데 1979년부터 1992년까지 태어난 20~30세대를 일명 메아리를 뜻하는 ‘에코(echo)세대’라고 한다.
이렇듯 거대 인구를 가진 세대를 칭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각 세대는 다양한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한 비즈니스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수형 ㈜에버영피플 디지털 교육 사업 팀장
ㆍ인하대학교 노인학과 초빙교수
ㆍ인천광역시 노인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