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트·앱 이용한 자동결제 등 기술자동화 도입 가속화
줄어드는 '일손', 협력기업과 취업취약계층 고려한 상생방안 필요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한국 유통업계가 최근 경기 침체와 기술 변화 속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수년째 전사적으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유통업 몸집 줄이기에 이어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자동화 기술 수준이 상당 수준 올라오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화 서비스 도입과 오프라인 매장 감소는 계산원, 주차관리요원, 청소 등 유통업에 관련된 아웃소싱 일자리를 공급해 온 협력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유통업계, 경기침체 속 인력 감축 가속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매업계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올해 2분기 회복 기미를 보였다가 이후 2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소매업태별 전망치를 살펴보면 편의점 74, 대형마트 90, 백화점 91, 슈퍼마켓 81, 온라인쇼핑 76 등으로 모두 기준점인 100 아래에 머무르며 유통업계의 고전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기 불안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유통업에 그 영향이 고스란히 미친 까닭에서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물가상승률이 최근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가 높은 탓에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 유통업계는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상황 속에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커머스와 대형마트 등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희망퇴직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는 주요 유통업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SSG닷컴이 올해 초 창립 이후 첫 희망퇴직을 진행한데 이어, 같은 그룹의 지마켓은 지난 9월 희망퇴직을 공지하며 입사 2년 이상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신세계그룹 지마켓에서 희망퇴직이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저조한 실적이 지속되면서 그룹 차원의 비용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온과 11번가도 이미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온라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400억 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마트 자회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이마트와의 합병을 앞두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전사적 인력 감축과 함께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해, 인력 효율화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이처럼 유통업 전반에 걸쳐 인력을 줄이고 인건비를 감소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협력기업의 자리도 불안해지고 있다.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들면서 해당 매장에서 근무하던 이들의 고용불안이 가속화되고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본사 내부의 핵심 인력도 줄여나가는 마당에 단순노동 일자리가 그 칼바람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술 도입 가속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놀라운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기술 발전 또한 위험요소다. 유통업계는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며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기조가 미국과 유럽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관련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맥도날드와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키오스크와 셀프 계산대를 적극 도입하며, 계산원 수를 대폭 줄였다.
대표적으로 세계 1위 유통기업 월마트는 자사의 창고형 할인 마트 샘스클럽에 '스캔 앤 고' 서비스를 도입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스캔하여 퇴점 직전 앱을 통해 계산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단일 제품이 아니라 무게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상품의 경우에는 스마트 카트를 도입해 실시간으로 센서를 통해 제품을 인지하고 무게를 감지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 같은 기술 변화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셀프 계산대 도입이 일상화되었고, 무인 매장과 스마트 카트 등 기술이 소비자 경험을 변화시키고 있다.
마켓 리서치 기업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 FMI)는 2022년 기준 유통 업계가 자동화에 투자한 금액은 130억 달러이며, 2025년까지 자동화를 위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장정빈 겸임교수는 "유통산업이 테크화되면서,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아웃소싱 인력의 수요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협력 기업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줄어드는 유통업 인력, 위태로운 유통아웃소싱업계

유통업체에 계산원, 주차관리요원, 청소 인력을 공급해온 협력 기업들은 이미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SK그룹 계열의 11번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11번가와 관련된 협력 기업들도 인력 축소와 비용 절감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는 유통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인력 감축은 협력 기업들의 일자리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주차관리나 청소 업무를 맡아온 협력 기업들은 대부분 단기 계약 기반의 일자리들을 제공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감축에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협력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일부는 도산 위험에까지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군다나 관련된 일자리가 대부분 중장년 여성 또는 사회초년생, 경력단절여성의 비율이 높아 유통업 일자리 축소가 취업 취약계층, 사회 취약계층의 불안을 고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침체 속에서 유통업계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직면할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자동화와 구조조정은 기술 혁신의 필수적 요소이나, 그로 인한 협력 기업들의 경영 악화와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유통업계의 기술 변화와 구조조정에 대응해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고, 일자리 감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유통업체와 협력 기업들 간의 상생 협력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기술 도입 속에서 비용 절감이 필연적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과 정부가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성 보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