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한국인은 왜 자신을 믿지 못하나? 디지털 숙련도에 대한 역설적 불안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한국 시민들은 디지털 기술 사용에 있어 높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자신들의 숙련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려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세정, 신영규 연구팀은 한국을 포함한 10개국 OECD 회원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에 대한 인식 및 태도를 비교하는 연구결과를 3일 발표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시민들은 디지털 기술 사용에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숙련도에 대해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와 핀란드, 영국의 시민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며, 자신의 디지털 역량에 대해 큰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기술의 보급과 접근성 측면에서는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의 기술 숙련도에 대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디지털 기술과 AI 도입에 대한 한국의 태도
한국 시민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 특히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해 다른 나라들보다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생성형 AI 기술, 예를 들어 챗GPT와 같은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으며, 한국 시민들은 이러한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시민들의 53.5%가 AI와 관련된 자동화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10개국 중 노르웨이(58.3%), 핀란드(57.1%), 영국(56.9%)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태도는 한국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시민들은 AI 기술이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노년기를 위한 AI 지원 로봇’(64.2%)과 ‘세금 및 사회보장 혜택 계산을 위한 AI 사용’(63.8%)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AI 기술이 단순한 산업적 도구가 아닌,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우려가 적었다.
■디지털 숙련도에 대한 불안: 한국 시민들의 역설적 인식
흥미롭게도 한국 시민들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수용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디지털 기술에 대한 숙련도와 관련하여 높은 수준의 불안을 나타냈다.
한국은 디지털 기술 활용에 있어 세계적으로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민들은 일상생활과 업무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데 있어 자신이 충분히 숙련되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시민들 중 77%가 업무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있어 숙련도가 높다고 응답했지만, 다른 기술이나 장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연결될 수 있다. 한국은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적으로 앞서 있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있어 다소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는 "한국 시민들은 디지털 역량이 매우 뛰어난 편이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있어 지나치게 겸손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며, "정책적 차원에서 이러한 우려를 줄이고 시민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및 디지털 기술 규제에 대한 태도
이번 연구는 AI 기술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조사했다. 한국 시민들은 AI 기술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경우에는 규제 필요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노동자를 대체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지 않는 경우에는 규제 필요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특히 노동자 보호와 관련하여 한국 응답자의 70% 이상이 AI와 자동화 기술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AI 및 자동화 기술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노동 시장에서도 기술 도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한국 사회가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디지털 기술 숙련도와 관련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불안은 한국의 발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과도한 경쟁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사회 전반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 속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와 기업의 혁신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중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동반한다"며 "시민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숙련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