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은 원청 관리자들의 업무 지시에 구속되어 업무 수행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대법원이 지난 11일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체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간의 근로자 파견 관계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체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켜 근로자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는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체로, TFT-LCD용 글라스 기판 제조 공정의 일부를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A에 도급 주었다. 원고들은 주식회사 A 소속 근로자들로, 이 사건 공장에서 TFT-LCD용 글라스 기판 제조 공정 중 일부 업무를 담당했다.
원고들은 피고와 주식회사 A가 체결한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주식회사 A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사실을 근거로 피고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청구했다.
이 사건의 제1심과 원심 모두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제1심에서는 원고들이 승소했으며, 피고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가장 큰 쟁점은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피고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하며, 이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이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식회사 A의 현장관리자들의 역할과 권한은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다.
둘째,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은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 지시에 구속되어 업무를 수행했다.
셋째,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은 피고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Cold 공정은 피고가 담당한 Hot 공정과 컨베이어 벨트로 이어져 있어, 주식회사 A가 담당한 Cold 공정의 작업량과 작업속도는 Hot 공정의 영향을 받았다.
Gut 공정은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만이 수행하였지만, 그 작업량은 Cold 공정의 영향을 받았고, 피고는 설비 구동 속도를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Gut 공정의 작업 속도를 통제했다.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은 업무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담당 공정이 변경되기도 했다.
넷째, 주식회사 A는 피고가 결정한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하고 현장에 배치했으며, 근로자들의 작업‧휴게시간과 휴가는 피고의 생산 계획의 영향을 받았다.
다섯째, 피고와 주식회사 A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이 담당한 업무에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지 않았다.
여섯째, 주식회사 A는 피고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만을 수행했고, 도급계약이 해지되자 폐업했으며, 생산 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도급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근로 관계를 중시하여 판단했다. 이는 근로자 보호와 공정한 노동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