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관련 기업들이 연쇄파산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스톡옵션 등 경
영실적과 연계된 최고경영자 보상시스템이나 최고경영자에 대한 견제
부족이 분식회계의 주된 요인이며 미국식 경영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특히 이같은 연구결과는 회사 대표의 권한집중과 스톡옵션 등 경영실
적과 연계된 보상시스템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경영을 우리 나라 기
업들이 최근들어 무분별하게 신앙처럼 도입하고 있던 중에 나온 결과
라서 더더욱 눈길을 끈다.
삼성경제연구원의 문지원, 한창수, 김종현 연구원은 최근 CEO
Information 제359호에서 ‘분식회계와 미국식 경영의 동요’라는 제
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분식회계로 미국식경영의 취약성이 노출됐
다”면서 “미국식 경영의 무분별한 도입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문 박사 등은 연구보고서에서 “분식회계 사태 이후 지배구조, 보상체
계 등 그동안 장점으로 부각됐던 미국식 경영의 취약점이 한꺼번에 노
출되고 미국식 일반회계원칙(GAAP)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면
서 “미국식 회계원칙과 경영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고 밝혔다.
문 박사 등에 따르면 신경제의 활황이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단기
간에 고성장을 달성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줬고, 여기에 미국
의 회계제도와 스톡옵션 등 CEO보상체계, 이사회나 스탭의 CEO견제 기
능 미흡 등 제도적 취약성으로 도덕적 해이감 마저 생겨 분식회계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미국식 경영도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나 경영자
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미국기업의 분식회계는 국내기
업에게 미국식 경영이 만능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 문 박사
등의 설명이다.
일례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전문경영자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
이 이번 분식회계 사건의 배경이며, 미국식 경영시스템으로는 단기실
적 치중, 스톡옵션 남발, 이해관계자들과의 결탁 등을 근본적으로 제
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 박사 등은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경영을 급속하게 도입·
모방해 왔는데 그 효과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단기 실적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자칫 장기적인 기업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
다”고 꼬집었다.
한국 토양에 맞는 투명한 회계기준 및 관행을 확립하는 것도 분식회
계 등을 근절시키기 위해선 중요. 문 박사는 “미국식 규정을 성급하
게 도입하는 것은 회계의 일관성을 해칠 우려가 있고 형식적으로 규정
만을 지키게 만들어 일부 편법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막기 위해 문 박사 등은 “다양한 구조조정활동과 복잡한 금융자
산 및 무형자산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등 경제적 사실을 충실히 전달
할 수 있는 회계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회계감사와 컨설팅
을 분리, 도덕적 해이 발생의 소지를 제거하는 등 기업과 회계법인,
기업분석가와 금융시장간의 유착이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
다”고 주장했다.
문 박사 등은 또 최고 경영자들에게 전하는 말로 “기업에 대한 신뢰
라는 측면에서 CEO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며 “CEO
는 『고귀한 신분에 따른 의무(노블리스 노블리제)』의 정신을 바탕으
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P. 드러커의 말을 인용 ‘경영자들이 종업원을 마구 해고하면
서 정작 자신들은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것은 사회적·도덕적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면서 “성과에 합당한 CEO의 보수체계로 조직
계층간 위화감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문 박사 등은 “회계부정으로 인한 미국기업의 연쇄파산은 기
업 경쟁력보다 외형적 가치를 과도하게 추구한데서 비롯된 것”이라
며 “주가상승만을 목표로 삼거나 단기적이고 명목적인 기업가치 증대
에 집착하는 것은 경계하고, 기업 내재가치의 핵심인 경쟁력에 주력해
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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