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80] 마스크 유감(遺憾)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80] 마스크 유감(遺憾)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7.12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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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얼마 전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아산의 명소인 신정호까지 걸어가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헬스장과 온천욕을 겸하는 회원권을 구입해서 열심히 헬스장에서 운동했었다. 그러다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실내 헬스장 이용이 어렵게 되자 꿩 대신 닭이라고 온천탕에서 나름대로 간단하게나마 운동을 병행해 왔다. 

이제 위드 코로나를 표방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헬스장 이용이 가능해졌지만, 난 여전히 헬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감염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몇 번 해보니 여간 고역스러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근력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하려면 호흡 조절이 중요한데 마스크를 쓰면 제대로 숨쉬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땀이 나면 호흡할 때마다 마스크가 입에 밀착되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니, 마치 고문을 당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온천탕에서 약식으로 팔굽혀펴기나 스쿼트 등을 하면서 근육 손실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온천욕탕에서 나름대로 간단하게나마 근력 운동과 온천욕을 병행하다 보니 한 가지 아쉬운 게 유산소 운동이었다. 

때론 냉탕에 들어가 물을 첨벙거리며 뛰어 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고 생각만큼 운동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오전 일정이 없는 날에는 아침 일찍 온천탕에 가기 전에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 신정호까지 걸어가서 신정호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면 약 1시간 반이 걸린다. 걸음 수로는 거의 9,000보 정도 걷는 거 같다. 

일단 밀폐되고 습기가 많은 온천 욕탕이 아니라 실외에서 그것도 예쁜 꽃들을 보며 그림 같은 호수 주변을 걷다 보니 마음마저 정화되고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어 마스크 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숨쉬기가 편해서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스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자유로움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람의 기본 권리인 자유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그렇게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걷다 보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걷는 동안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이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로 걷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조깅하는 사람들도 숨쉬기 어려울 텐데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가쁜 숨을 내쉬며 뛰고 있었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걷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라 간혹 마주치게 되면 마치 해방 동지라도 만난 듯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내 생각으로는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밖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게 아니라 몇 년 동안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다 보니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쓰게 되는 것이 하나의 이유인 거 같다. 

나 또한 예전에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을 때 무심코 마스크를 벗고 나왔다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는 아차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쓰고 나왔던 경우도 있다.

또 차를 타고 나간 아내가 차 타이어가 펑크나서 길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뛰어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가다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걸 알게 되어 택시 타고 가는 내내 마치 죄인처럼 고개도 못 들고 수그리고 갔던 경험들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어 지금도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쓰고 있나 얼굴을 더듬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마기꾼’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마기꾼’은 마스크를 쓴 사기꾼이란 뜻으로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생각했던 거보다 매력적이지 못해 사기당한 것 같다고 생겨난 말이다. 민낯보다 마스크를 쓴 얼굴에서 더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한 일간지 칼럼에서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한 실험 결과를 인용했다. 카디프대학 연구팀이 여성 43명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를 해보았더니,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책으로 얼굴을 가린 경우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결과는 같았다. 즉, 남녀 불문하고 마스크를 쓴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보는데, 이유는 과장을 일삼는 뇌의 작동 원리 때문이라고 한다. 마스크는 눈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우리 뇌는 마스크로 가려진 부분을 좋은 쪽으로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을 비추어 봐도 이 조사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만 보다가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봤을 때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달라 실망한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익숙해져서 벗었을 때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가오 판츠’라는 신조어가 나왔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얼굴 팬츠’라는 뜻으로 마스크를 벗으면 속옷을 벗은 것처럼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보 인프라 운영업체인 ‘플라넷’이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외출 시 마스크 착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은 15.9%에 불과하고 ‘적극적으로 착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24.5%로 더 높았고, 조건에 따라 착용하겠다는 응답을 포함하면 80%가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가 진정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선호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된 현시대 인류를 칭하는 ‘호모마스크루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마스크는 시대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고 있다.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지만,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은 띄어 앉아야 하는 물리적 거리보다 더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데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다. 

더 나아가 마스크라는 공인된 가면을 쓰고 그 가면을 벗지 못하는 사회가 두렵기까지 하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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