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생산아웃소싱(EMS) 동향-김근동 보보스기획사장
최근 일본의 생산아웃소싱(EMS) 동향-김근동 보보스기획사장
  • 승인 2002.10.26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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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생산아웃소싱 열풍”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전자분야의 생산아웃소싱 열풍이 현재 일본에서
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작년 하반기 세계 IT불황에 따라 정보
통신기기의 부품이나 재료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산업이 불황에 빠졌
고 관련 일본의 전자 제조 메이커들이 대거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일본의 전자 제조 메이커들은 대폭적
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금과옥조처럼 중시했던 생산분야를 통폐
합하기 시작했다. 소니, 마쓰시다전기, NEC, 후지쓰 등과 같은 대형
전자 제조 메이커는 말할 것도 없고 중견 전자 메이커들도 생산분야
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분야 통·폐합후 사업부 분리위탁 아웃소싱
-한·일 협력관계 통한 생산 아웃소싱 모색해야

최근 일본의 전자 제조 메이커들이 추진하고 있는 생산아웃소싱의 특
징을 살펴본다
첫째, 자사 및 관계사가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찾아 통폐합
하거나 조정하고 있다. 그런후 생산 담당 사업부를 분리하고, 신설회
사를 만들어 생산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소니는 ‘소니EMCS’를 만들
어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마쓰시다전기도 사내의 공장을 통폐합해 생
산을 맡기는 ‘사내EMS’를 운영하고 있다. ‘나가노NEC’는 모기업
NEC에서 분리되어 생산아웃소싱을 지향하는 EMS기업이 되겠다고 발표
하였다

둘째, 최첨단 분야에서도 생산아웃소싱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전자업계는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몇 개 제품 분야나 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면, 반도체 및 중대형 LCD는 한국에게 주
도권을 빼앗겨 버렸지만, 휴대전화용 소형 칼러 LCD와 같은 첨단 하이
테크 제품은 아직도 일본의 전자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노키아 등 유럽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일본의 전자기업들에
게 많은 물량을 생산해 달라고 의뢰하는 바람에 업무가 넘쳐나고 있
다. 그래서 외국기업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생산의 일부를 아웃소
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셋째, 첨단 하이테크 분야의 부품 및 재료 생산을 일본 이외의 국가에
서 만든 제품이라도 품질이 우수하다면 구매해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
이다. 보보스EMS상사는 동경 주변에 위치한 일본의 전자 제조 메이커
약 500개사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생산전문기업(EMS)이 만
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협상을 벌인 결과 200개사 정도
가 관심을 보였으며, 실제로 구매를 추진하려고 협상을 요청해온 기업
이 많았다. 기술집약적인 적층 세라믹 콘덴서, 백색 발광 다이오드
(LED)와 같은 하이테크 부품까지 한국산 제품의 구매 여부를 신중하
게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제 생산아웃소싱은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넷째, 일본의 대학 교수들이 개발한 신제품 기술 및 아이디어의 생산
위탁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미국처럼 대학이 신제품 기술개발의 일
부 업무를 담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1~2년전부터 대학에
게 기술개발비를 지원하거나 벤처기업 설립 등을 유도해 신제품 기술
개발을 촉진하도록 자금지원을 강화해 왔다.

그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대학이 개발한 신제
품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생산을 담당하는 적절
한 기업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기업들은 대학의 신제품 기술 및 아이
디어 구매에 나서고 있다.

대학이 개발한 신기술의 민간이전이 쉽게 지원하기 위해 TLO(대학의
기술이전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 부설 벤처기업
인 메가칩스는 자기들이 개발한 신제품 기술을 대만의 업체에 생산을
위탁해 코스트다운을 실현함으로써 불황하에서도 매년 30% 이상의 매
출 신장을 이룩하고 있다

전자 제조 메이커 이외도 일본의 제약업계가 생산아웃소싱에 적극 나
서고 있다. 신약 개발이나 유전자 연구 등에 엄청난 투자비를 쏟아 부
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약의 생산은 기존의
생산설비 및 공장 보유 제조 메이커에게 위탁하고자 나선 것이다. 한
국의 제약업계는 일본의 제약업체들이 생산위탁을 강화하려는 지금의
호기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본의 제약업체 입장에서
는 생산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제약업체를 활용하게 되면 많은 메리트
를 가질 수 있으므로, 일본 제약업체가 한국에 생산아웃소싱을 의뢰
할 수 있도록 설득하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전자 및 제약 업체들이 아무리 한국
에 생산을 아웃소싱하고 싶어도 한국의 업체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
이지 않는다면 한일간의 생산아웃소싱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가 없을
것이다. 마치 3~4년전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엄청난 불황을 맞아
한국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 생산아웃소싱을 의뢰하였지만, 한국의
부품업체들이 거부하는 바람에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일본의 자
동차업계는 한국 대신에 동남아시아의 자동차 부품 제조 메이커들을
찾아 생산을 위탁하였고, 그 결과 금년 3월 결산에서 일본의 자동차업
계는 사상 최고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자동차 빅3를 가볍게 따
돌렸다

한국은 현재 일본에서 불고 있는 생산아웃소싱 바람을 적절하게 활용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이 생산아웃소싱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물량의 대부분이 대만이나 중국 및 동남아시아로 이
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맞고 있는 일본의 생산아웃소싱 열풍을 한국이 잘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생산의 유치를 통해 산업공동화를 방지하기도 하
고, 생산아웃소싱과 관련해 한일간에 적절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
써 생산기술의 한국 이전은 물론 한국의 대일무역적자 해소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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