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컨설팅산업은 최대 호황을 맞았다.
전염병이 돌거나 대형 사고가 나면 의사들이 바쁜 것처럼. 기업 최고
경영자를 상대로 감히(?) 일장 훈계 를 할 수 있었던 지위 탓에, 한
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 로 떠올랐다.
특히 외국계라고 하면 일단 실력이 있든 없든 한국에선 점수를 따고
들어갔다.
미국에서도 컨설턴트들은 환영받았다.
결정적인 원인은 닷컴 열풍이다.
닷컴기업은 대체로 기술은 있지만 경영능력이 부족했다.
컨설턴 트라는 가정교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닷컴 기업 일감 덕분에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 부즈
알렌 헤밀턴 등 주요 컨설팅업체들은 컨설턴트 수를 두 배 이상 늘렸
다.
하지만 닷컴기업들이 속속 무너지고 미국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세계
적인 컨설팅업체들도 별 수 없게 됐다.
스스로를 컨설팅하고 구 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제 컨설턴트 30% 이상이 과 잉인력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11월 2일자)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마치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 하다”고 표현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매년 10% 이상 컨설팅업체 매출이 줄어든다고 한다.
열정에 찬 경영학석사(MBA) 출신들로 가득 메웠던 사무실이 텅텅 비
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특히 전략컨설팅업체에 지난 1년은 암흑 자체였
다”고 평가한다.
전략컨설팅업체 대표격인 맥킨지를 보자. 지난 1년 동안 엔론, 글로
벌크로싱, 스위스에어 등 쟁쟁한 고객들이 떨어져 나갔다.
베인의 컨 설턴트들도 90년대 초 그들이 낸 보고서 때문에 소송에 휘
말려 곤욕 을 치르는 중이다.
최초의 전략컨설팅업체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더디 리틀은 일감을 얻
지 못해 망할 처지에 놓였다.
일부는 불경기가 원인이라 지적한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 컨설 팅산업이 활성화되는 경향에 비춰보
면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미국 회계부정사건이 터졌을 때 컨설턴트는 회계사보다는 비난의 화살
에서 벗어나 있었다.
단지 조언을 했을 뿐이기에 법적인 책임은 모면하는 듯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많은 고객들은 컨설턴트들이 “닷컴 프로젝트에 더 많
은 돈을 쏟아 부으라”고 조언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영국계 기술컨 설팅업체 PA컨설팅 존 모이니한 사장은 “투자하라는
말에 따르다 혼 쭐난 고객은 이제 컨설턴트 조언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밖에 없 다”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다른 이유도 든다.
“과거에는 전략이라는 의미조 차 생소했지만 이제는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경영자라면 누구나 전 략을 얘기한다”며 “그만큼 컨설턴트
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로버트 본템포 교수는 “ 경영컨설팅은 더
이상 유망 산업이 아니다”고 단정짓는다.
상황이 어려워진 요즘 컨설턴트들은 일감을 수주하러 직접 뛰어다닌
다.
예전 에는 컨설팅비가 적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고객에게 굽신거린
다.
수 지타산이 맞지 않다던 정부 일감을 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컨설팅분야를 특화시키는 경향도 엿보인다.
실제 두루뭉실한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더 특화된 컨설팅업체가 짭짤
한 수익을 올린다.
IT 쪽으로 핵심분야를 잡은 액센추어는 화려한 한해를 보냈다.
인사나 연금관련 컨설팅 업체들도 아웃소싱 바람을 타고 꽤 많은 프로
젝트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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