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경제거품 사라지자 이용객 급감하고 타 교통수단과 경쟁극복 못하고 쇠락
2000년대 들어 개인여행객 상품개발, 시설업그레이드,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개발로 돌파구 마련
일본은 다양한 관광열차 운행, 매년 수많은 관광열차 등장하고 또 사라져

관광열차는 내외관이 잘 꾸며진 객실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하는 차량으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타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1~3량의 비교적 짧은 편성, 여유 있는 좌석, 지역 특성이 담긴 음식, 주말이나 시즌운행 등이 특징이다.
일본에 본격 관광열차가 등장하는 것은 1983년 국철이 조이풀 트레인(Joyful Train)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열차는 단체 미팅과 파티가 가능하도록 타다미(일본식 돗자리) 위에 좌식으로 자리를 배치하고 별실과 살롱을 갖추는 등 매력적 요소가 많았다. 한동안 인기를 누리며 관광열차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지만, 1990년대 경제거품이 사라지자 이용객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자가용・고속버스 등 타 교통수단과 요금이나 속도경쟁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쇠락의 주요원인 중 하나였다.
2000년대 들어 관광열차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열차의 안정성과 매력을 강조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인여행객에 초점을 맞췄다.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고 낡은 객차는 과감하게 퇴출시켰다. 차내에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개발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 가장 앞장선 곳이 JR구주였다.
2013년 JR구주는 ‘나나츠보시(세븐스타) in 큐슈’로 명명한 획기적 관광열차를 내놓는다. 기관차 외 7량으로 편성된 이 열차의 정원은 30명, 16명 이상 신청이 있으면 출발했다. 1~2호차가 라운지와 식당, 후미 5량은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딸린 객실로 편성했다.
기착지 관광이 끝나면 고급 료칸(旅館, 일본식 숙박시설)이나 호텔에 들어 만찬을 즐긴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열차에 탑승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2~5일간 큐슈를 도는 이 열차의 탑승요금은 기간에 따라 1인당 30만~120만 엔. 일반인이 엄두 내기 어려운 고가인데도 행사를 기획할 때마다 신청자가 몰렸다. 나나츠보시는 곧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JR과 사철에서도 새로운 관광열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일본의 관광열차는 일부 식사나 음료가 포함된 패키지도 있지만, 운임만 내고 승차해 카페에서 식음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같은 JR구주가 운행하는 아소보이(쿠마모토~아소~벳푸) 같은 인기 관광열차도 운임에 특급(특실)요금을 추가하는 정도로 승차가 가능하다. 나나츠보시는 극히 예외적 경우다.
일본에는 관광열차가 참으로 많다. 매년 수많은 관광열차가 등장하고 또 사라진다. 규모가 가장 큰 JR동일본의 경우, 개인관광이나 단체전용 열차가 20종이 넘고 관광과 수송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급이나 쾌속도 상당히 많다. JR동일본과는 비교가 안 되는 JR사국조차 6개의 관광열차와 준관광열차로 보아야 할 토록코(소형증기기관차) 4개 노선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나머지 JR4사와 사철을 더하면 책 한권이 훌쩍 넘을 양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일본 관광열차의 대략적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명도 있는 열차 10종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베스트10이라든가 하는 의미는 아니다. 현지 인기도와 지역을 고려해 필자가 주관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큐슈 방향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