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후 노동계와 재계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새로운 화
두(話頭)로 떠올랐다.
같은 일을 하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임금을 줘야지 차별대
우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비정규
직 문제를 비중 있는 주제로 거론하면서 큰 이슈로 번졌다.
노 당선자는 “국내 노동인력 중 비정규직 비율이 56%나 된다”며
“이렇게 가면 노동 유연성이 더 나빠지는 만큼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적 차별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인수위원이 “노동부가 당선자의 개혁 의지
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문을 박차고
나온 주요 원인도 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의견차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노 당선자나 인수위가 기초로 삼는
비정규직 규모의 기초통계는 얼마나 정확할까.
지난해 노사정위원회의 비정규직특위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얼마나 되
는지 전문 연구기관 3곳에 연구용역을 준 적이 있다.
이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체 근로자의 27.3%,
한국노동연구원(KLI)은 27.0%라는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노동계 의견을 강하게 반영하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55.7%라
고 답변했다.
노 당선자 발언은 민노총 등 노동계가 주장하는 통계를 기초로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도 비정규직으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평균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29.8%가 비정규직이다.
여기에는 파트타임 근무자(14.8%), 아르바이트(6.8%), 파견·계약·촉
탁사원(8.1%)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기초통계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보고 대처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는 있다.
하지만 27%와 56%라는 수치는 차이가 너무 난다.
당연히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정책을 내놓으려면 가장 기초가 되는 통계부터 정확히 파악하
고 이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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