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채용시장이 올해도 여전히 구직자들의 마음
을 무겁게 했다. 지방채용할당제, 학력난 철폐, 야간채용박람회, 기업의
이색채용ㆍ면접, 취업캠프, 퇴직자 증가를 비롯해 기업들의 강도 높은 구
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사오정’ ‘오륙도’에 이어 ‘삼팔선(38세)등 신조어를
낳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를 신청한 167만 명 중 29.6%인 49만 명이 30대
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직
장인들의 고용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실
질적인 대안마련이 화두로 대두되기도 했다.
신용보증기금이 5월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후 지난 9월 대
한전선과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도입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직장인에게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IMF외환위기를
방불케 했다. 더욱이 고학력화 바람과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빚어진 최
대의 경쟁률은 극심한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채용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석ㆍ박사 학위 취득자와 경영학석사, 공인회계
사, 미국공인회계사(AICPA)등 고급자격증 소지자가 크게 몰려 고학력 구
직자의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 고학력 구직자의 경우 60%이상이 학위나
고급자격증이 취업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지방대 구직자들은 10명중 8명이 구직활동을 하면서 차별이나 불이익
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100대기업 취업률도 5%내외
에 그쳤다.
그러나 올 해 ‘지방채용할당제’를 실시한 기업들이 늘었으며, 지원자의 이
력서에 학력이나 나이 등을 없애고 철저한 능력위주의 채용방식을 도입
한 기업들도 생겨나 그나마 위안을 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의대나 취업
률이 높은 학과로의 진학을 위해 다시 대입을 준비하는 ‘장수생 확산’과
‘묻지마 취업’, ‘프리티족 증가’ 등이 화제를 모았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대졸자나 사무직 경력자가 환경미화원이나 운전
기사직에 지원하는 등 전공, 적성, 모집내용과 맞지 않아도 일단 지원하
고 보는 묻지마 지원을 하는 구직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실례로경북 경주
시가 환경미화원 25명을 뽑는 채용공고에 대졸 이상 학력자만 50명이 몰
려 대졸 경쟁률만 2대 1을 기록하는 현상을 보였다. 또 연봉 2000만원짜
리 운전기사 1명 모집에 무려 120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중 35∼45세
사이가 대부분으로 대졸학력은 기본이고 영어, 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
는 외국어 우수자도 상당했다.
또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로 직장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부업과 재테
크에 몰리는 등 투잡스 족이 등장했다. 직장인들은 어느 해보다도 창업
과 부동산 시장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미래에 대비한 일자리 확보에
신경을 썼다.
한편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토지공사가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입사
지원서의 학력란을 삭제했다. 토지공사는 입사지원서의 출신학교명과 학
교소재지, 전공 등 학력 관련 및 출신지역 등 신상 정보 항목을 없애고 주
택공사도 입사지원서상의 출신지역, 병역미필 사유, 자기소개서상의 성
장과정 항목을 모두 삭제했다. 이랜드도 이력서에 학력을 철폐하고 적성
평가 등을 보여주는 ‘자기증명자료’ 파일을 도입했다.
2004년에는 입사지원시 차별적 항목 삭제 움직임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
한 이색채용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2004년 역시 채용시장의 핵심키
워드는 ‘핵심인재’로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여러 기업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기업별로 채용방식을 파악해 꼭
입사하고 싶은 몇 개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원
자의 능력 외에 조직에서의 조화정도를 평가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추세
다.
새해에는 업종별로 경제상황의 영향에 따라 채용규모가 변화할 수 있어
다양한 평가를 통한 기업들의 이색취업 요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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