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점>
⊙육성할 인재는 누구인가?
미스터리 쇼핑을 하면서 많은 점포를 접했습니다. 기업이건 작은 점포건 제일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요, ‘인재 양성’이 아닌가 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그 기업이나 점포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점을 발견하고 사장님이나 점포 매니저가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직원들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올바르게 가르쳐 주어도 따라오지 않는다. 주의를 주어도 앞에서만 바뀔 뿐 뒤돌아서면 다시 제자리”라는 말은 업주 측의 제일 큰 하소연입니다. 꾸짖으면 거세게 반발하는 직원도 있으니 사람을 다루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매니저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몇 번을 말해도 직원이 바뀌지 않으면 점포의 분위기도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한 시계 체인점 본사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의뢰해 왔습니다. 현재 점포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싶다는 게 의뢰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고객 응대, 즉 접객에 관련된 항목을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담당자로부터 직원들의 서비스 태도에 대한 고객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계 체인점답게 점포 분위기는 밝고 화려해서 특히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고 직원들의 연령층도 20대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점포를 방문했습니다. 우선 첫 인사부터 체크!
그런데 직원들은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내가 들어온 입구 쪽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한참 후에야 나를 발견하고는 전혀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했습니다. 가장 기본인 인사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제부터입니다. 소극적인 인사를 한 뒤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지금 절대 멈출 수 없는 중요한 작업 중인 건가?’ 생각하고 직원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그가 계속 아래만 바라보고 있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잡지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잡지를 보느라 손님이 들어와도 가만히 있었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먼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 브랜드의 시계는 어디에 있습니까?”
“저쪽 진열장에 있습니다.”
그는 귀찮은 표정으로 점포 입구 쪽 진열장을 가리켰습니다.
직원들에게서 의욕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어디에 모두 숨었는지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가끔 나와서 매장을 돌아다니는 직원이 있었지만 곧바로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모든 항목에 마이너스 평가를 주고 조사를 마쳤습니다.
⊙활기가 사라진 이유
직원들이 의욕을 갖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일대일 면담을 실시했습니다. 직원들과 한 명씩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의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매장의 매니저는 직원들을 관리하고 단지 주의를 주는 역할만 할 뿐 직원들의 의견은 전혀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매니저에게 의견을 제안해도 항상 “그건 불가능해!”라고 단칼에 거절당하니 직원들이 의욕이 없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의욕적이었던 매니저가 언젠가부터 의욕을 잃어 건성으로 일하니 직원들도 그를 닮아갔던 것입니다.
<해결책>
⊙어긋난 관계 회복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이 하는 일을 인정받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있던 의욕마저 잃게 됩니다. 물론 이 점포가 이렇게 된 게 매니저 한 사람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매니저도 나름대로 책임과 고충이 많습니다.
직원들의 잃어버린 의욕과 활기를 되찾기 위해 먼저 매니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직원들에게 2주 동안 매니저의 권한을 양도받아 매니저 역할을 대신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단, 이 기간 동안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직원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매니저의 책임을 질 정도가 되려면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간한정 권한위양’이라고 이름 붙이고 직원들 중에서 서비스를 총괄하는 서비스담당자, 홍보를 책임지는 판촉담당자, 매장 전시를 맡게 될 진열담당자를 지명했습니다. 그리고 각 담당자에게 목표를 부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판촉담당자에게는 “판매촉진 활동의 일환으로 2주 동안 최소 8명의 신규고객을 유치해 오시오”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이 담당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게 될 것입니다.
전단지 효과는 보통 0.1퍼센트 정도라고 하니 단순계산으로도 800장을 돌리면 8명의 신규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다른 방법들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편으로 DM을 발송해도 되고 색다른 이벤트 기획도 좋을 것입니다.
단,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촉담당자의 몫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권한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목표를 달성해야 할 책임도 동시에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 놓이면 사람은 긴장하는 동시에 평소와 달리 아주 진지해지는 것 같습니다.
⊙입장이 바뀌면 책임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판매사원으로서 매니저에게 불평불만만 늘어놓던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면서 일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획의 성공 혹은 실패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자 책임감까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매니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매니저가 얼마나 힘든 위치인지 알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일에 대한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면서 매니저도 달라졌습니다. 매니저라고 해서 혼자 문제를 끌어안을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누구든 상대를 믿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자신을 믿고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간한정 권한위양은 2주간이었지만 모두들 자발적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며 책임 맡은 부분을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자신의 평소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책임자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그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직원들의 접객 태도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아웃소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