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값하는 부동산 시행사 "헤쳐모여"
이름 값하는 부동산 시행사 "헤쳐모여"
  • 승인 2003.03.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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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빠지며 업계 구조조정 바람… 상품기획·자금조달 자력
갖춰야 생존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디벨로퍼’(Developer)를 표
명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아
파트,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개발한 시행사만 300~5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부동산 개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
고 꾸준히 개발사업을 벌이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
은 부동산 호황에 편승해 ‘대박’을 노리고 뛰어든 업체들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개발 경험이 없더라도 좋은 부지만 확보하
면 누구나 시행을 할 수 있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입지만 괜찮으
면 대형 시공업체를 잡을 수 있고 투자자들도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
만 올해처럼 경기가 침체되면 한탕을 노리고 뛰어든 업체들은 활동이
뜸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는 그만큼 분양에 실
패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가 부동산 디벨로퍼의 옥
석을 가리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부지만 잡으면 돈 번다’ 환상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사업기획부터 부지 확보, 자금 조달, 시공, 마케
팅 등 개발 과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록펠러, 도널드 트럼프, 미
쓰이부동산 등 선진국 디벨로퍼들은 전체 개발 과정을 조율하면서 설
계회사와 시공사를 선정한다. 건설업체인 시공사는 디벨로퍼의 통제
를 받으며 단순 시공만 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하다.

국내 디벨로퍼 가운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 대부
분 영세한 업체라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건설업체
의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건설회사의 지급 보증이 없
으면 금융조달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행사라고 불리는 디벨
로퍼 회사들은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나면 이들의 하청업
체로 전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행사의 역할은 부지 확보와 각종
인허가를 처리하는 수준이며 그나마 일회성 개발사업을 벌이는 데 머
물러 있다. 소비자들도 시행사가 어느 업체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도 상품기획, 금융 조달, 마케팅 등 디벨로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업체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신영과 도
시와사람이다. 두 업체는 시공업체의 브랜드가 아닌 자신의 브랜드로
매년 꾸준히 주택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다른 시행사와는 달
리 시공업체의 지급보증 없이도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다. 때문에 시공사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자신의 상품기획 의도대
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신영은 분양대행사에서 디벨로퍼로 성장한 업체다. 처음으로 벌인 사
업은 1997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인 ‘시그마
Ⅱ’였다. 시그마Ⅱ는 8층짜리 4개동 1094가구였는데, 오피스텔을 여
러 동으로 나누어 1천가구 이상 짓는다는 것에 대해 외부의 시각은 회
의적이었다. 사업부지도 분당 신도시 고속도로변 외곽이어서 건설업체
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버려진 땅을
유럽형 오피스텔로 개발해 분양에 성공했다. 시그마Ⅱ의 성공은 신영
이 실력있는 시행사로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됐다.

이후 99년에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로얄
팰리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10년 만에 분당에 새 아파트가 나온
다’는 마케팅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로얄팰리스 하우스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영체르니, 용인시 죽전지
구의 프로방스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신영
은 지금까지 십수개의 사업을 벌인 대표적 디벨로퍼로 꼽힌다.

신영은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도 오히려 경영목표를 공격
적으로 잡았다. 매출액 목표는 지난해 2300억원(추정치)에서 150% 증
가한 3500억원이다. 지난해에 부지를 확보한 용인시 동백 프로방스(아
파트 590세대), 수원 송죽동 로얄팰리스(주상복합 740세대), 논현-PJT
(오피스텔 170세대)를 공급할 계획이며 추가로 3~4개의 개발사업을 계
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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