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임원 운전기사 직접 고용", 확정시 유사소송 이어질 듯
고법 "임원 운전기사 직접 고용", 확정시 유사소송 이어질 듯
  • 이준영
  • 승인 2015.10.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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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2년 넘게 은행 임원의 전속 운전기사로 일해 온 용역업체 소속 직원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그동안 제조업과 유통업의 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한 판결은 있었다.

그러나 법원이 은행의 도급 근로자와 원청업체 사이에 파견근로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대부분 은행들이 용역업체를 통해 임원 운전기사를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판결이 확정되면 유사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1부(신광렬 부장판사)는 오모씨 등 22명이 KB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에서 "국민은행은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오씨 등은 용역업체인 S사, T사와 1년을 기간으로 해 근로계약을 하고 2006~2010년부터 국민은행 본점과 각 지역본부에서 은행장과 본부장 등 임원들의 운전기사로 일해왔다. 이들은 은행 측으로부터 해당 임원의 일정을 통보받고 구체적인 목적지와 대기시간, 운행경로 등을 지시받아 차량을 운행했다.

이들은 또 매일 국민은행 컴퓨터에 접속해 차량운행 및 일일점검일지를 작성한 후 국민은행에 보고했고 운행 중 발생한 사고도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에 사고경위서를 제출했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임원 지시에 따라 개인적 약속장소 또는 골프장까지 차량을 운행하기도 했다. 용역업체는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되면 운전기사들의 소속을 S사에서 T사로, T사에서 S사로 변경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형식적인 퇴사.입사조치가 취해졌다.

이들은 입사일로부터 2년이 지난 2012년 8월 근로계약이 해지되자 파견법을 근거로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간 지급받지 못한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옛 파견법에는 '사용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 초과해 사용한 경우 만료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고용의제'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2007년 개정된 파견법은 동일한 내용으로 사용주가 반드시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토록 '고용의무' 조항으로 변경됐다.

반면 국민은행은 "용역업체를 통해 용역을 제공받았을 뿐 오씨 등의 채용과 근태상황, 교육 등에 관해 관여한 바 없어 파견법상 사용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외관상 도급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가 원고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수행할 임원을 결정하고, 때에 따라 원고들의 소속회사까지 변경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는 용역업체나 현장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원고들에게 직접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결정해 구체적 업무지시를 했고 근태상황 등을 직접 보고받았다"며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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