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신 알바하다 숨져도 ‘산재’
친구 대신 알바하다 숨져도 ‘산재’
  • 이준영
  • 승인 2014.11.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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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대신 호프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10대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는 사망한 10대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8월 17세이던 이모군은 가족 여행을 떠난 친구 대신 나흘간 시급 5000원을 받고 호프집에서 일하기로 했다. 이군은 출근 첫날 오토바이로 치킨을 배달하다가 승용차와 충돌해 숨졌다. 호프집 주인은 사고가 나자 이군의 친구에게 자신의 허락 없이 운전면허도 없는 친구에게 배달과 서빙을 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쓰게 했다.

이군의 가족들은 이군이 해당 호프집에 고용된 ‘근로자’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이군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는 무면허 운전을 했고, 친구 대신 근무했으므로 고용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재판부는 이군이 ‘묵시적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경위서는 업주의 강요나 협박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군이 호프집에 직접 채용됐다고 보긴 어려워도 휴가기간 동안 근무할 사람의 채용에 관한 위임을 받은 친구로부터 호프집에 근무하도록 채용됐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호프집 주인이 이군의 무면허 운전을 못하게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고 오토바이 열쇠를 카운터 옆에 걸어두고 무면허 운전을 사실상 방치·묵인한 점을 들어 “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에 있는 업무수행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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