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이병희 판사는 한모(39)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 업체에서 방송선 등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일을 담당하던 한씨는 2011년 4월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작업을 끝내고 사다리를 차에 싣던 중 찾아온 고통이었다. 다리 저림 증상도 심했다. 병원을 찾은 한씨에게 의사는 허리 디스크라고 말했다. 3개월 전 작업 중 넘어져 허리를 한 차례 다친 뒤 내려진 진단이었다.
이에 한씨는 반복되는 케이블 설치를 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면서 질환이 생겼다며 공단에 요양 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전신주에 장시간 매달리고, 무거운 장비를 자주 짊어져야 하는 케이블 기사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한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공구 가방을 메고 사다리로 올라가 허리를 안전바에 묶고 뒤틀린 자세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에 상당한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한씨가 작업 중 드는 중량물의 무게는 30㎏, 이런 무게를 견디는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이었다"며 "허리에 상당한 외력이 가해지는 작업 환경에 오랜 기간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이어 "2005년 한씨에게서 허리 디스크 증상이 발견되긴 했지만 케이블 설치 업무 등으로 인해 지병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다만 한씨가 앓고 있는 목 디스크도 업무상 재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업무 중 목에 부담을 주는 작업 내용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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