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불평등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소이자 싱크탱크인 데모스(Demos)가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매업 판매직 남성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4.62달러인데 비해, 여성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10.58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셔, 판매직원, 매대 정리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직군으로서의 판매직종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성별 임금격차는 이 업종에 종사하는 전체 여성 근로자에게 약 408억 달러의 상대적 손실을 끼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시 말해, 판매직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남성 동료들만큼 벌기 위해서는 연간 103일을 더 일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직업에서 나타나는 평균 남녀 임금격차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다른 직종에서는 여성이 남성 근로자 수준의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평균 59일을 더 일해야 한다.
현재 남녀 임금격차 및 직장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정책적 논쟁이 어떻게 하면 전문직 여성을 기업의 요직에 더 포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는 데 반해, 실제로는 대다수의 여성 근로자들이 저임금 직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이 보고서의 저자이자 선임 정책 애널리스트인 에이미 트라웁(Amy Traub)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판매직의 남녀 임금격차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판매직 내에서도 여성을 특정 업무에 배정하는 직업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가 지난 15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여성정책연구소(Institute for Women’s Policy Research)의 연구책임자인 아리안느 헤그위시(Ariane Hegewisch)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남자 직원은 주로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제품을 파는 일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 근로자들이 주로 소규모 상점에서 일하는 데 비해 남성 근로자는 주로 유명하고 비싼 상점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임금 차별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월마트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같은 업무를 하는 남성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았으며, 더 높은 임금의 일자리 또는 승진 기회를 박탈 당했다고 주장하며 월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이후 대법원은 이 소송이 집단소송의 기준에 미달한다며 기각했다).
최근에는, Jared and Kay Jewelers의 모기업인 스털링 귀금속(Sterling Jewelers)을 상대로 여성 직원들이 남성 직원들에 비해 더 숙련되고 더 오랜 직장경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낮은 임금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판매직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 가운데 소득이 빈곤선 수준인 근로자는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대규모 유통업체에서 1년 내내 일하는 여성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시간당 12.25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 이 시급으로 주당 40시간씩 1년간 일할 경우 연간 총 수입은 2만 5천 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유통업이나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주당 40시간씩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시급 12.25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의 20%는 그들이 속한 가구의 유일한 소득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시급 12.25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고, 소득이 빈곤선 수준에 위치한 여성 근로자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대책을 제시했는데, 그 하나는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여성 근로자들이 저임금 직무에 종사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실제로 여성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2/3를 차지한다), 판매직 근로자 전체의 기본 시급을 인상하면 회사와 소비자에게는 적은 부담을 주면서도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유통판매업의 최저임금 수준을 전일제 근로자 기준 연간 2만 5천 달러로 인상할 경우, 그 비용은 대략 215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유통판매업의 연간 총매출의 1% 미만이며, 2012년 기준 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연간 총임금의 약 4.1%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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