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46명채용, 부산시 눈치행정
시간제 46명채용, 부산시 눈치행정
  • 이준영
  • 승인 2014.01.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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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 부산시의 공무원 채용에서 '자치'가 실종됐다. 박근혜 정부의 새 일자리 정책에 부응한다는 취지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선발하고, 법조계의 눈치를 보느라 지난해 채용했던 변호사 대상 7급 공채를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인력 수급 계획에 따라 임용 계획을 잡아야 하지만, 정부와 유력 단체에 등 떠밀려 임용 구조가 뒤틀린 것이다.

부산시는 22일 시간선택제 공무원 46명을 처음으로 선발하는 내용의 '2014년도 공무원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 인원은 ▷행정직 9급 28명 ▷사회복지직 9급 8명 ▷간호직 8급 10명이다. 이들은 동 주민센터와 보건소에 배치돼 오전과 오후 중 하나를 선택해 하루 4시간 근무하게 된다. 행정직은 민원실에서 대민 상대 업무를, 사회복지직은 저소득층 실태 조사 등에 투입된다. 간호직은 보건소에서 업무를 맡게 된다. 임금은 전일제 근무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과 달리 정규직이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제도의 시행을 발표했을 때부터 각종 부작용이 예상됐다. 시간선택제는 최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통합적 인사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고, 또 다른 차별을 낳는 제도라며 공무원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임금은 절반 수준이지만, 각종 수당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의 실질 임금은 정규직의 60~70% 수준이다. 사회적 비용과 공무원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욱이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공무원연금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거 정권에서 보았듯 이 제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없어질 가능성도 크다. 시도 이런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부산공무원노조 김수일 위원장은 "정부가 이 제도를 강권해도 우리 실정에 맞게 충분히 검토하고 시행해야 하는데, 시가 노조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임용 탓에 앞으로 불거질 온갖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시는 지난해 처음 변호사 7급 공채 시험을 도입해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나, 올해는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대신 6급 계약직으로 상향조정해 선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행하면서 변호사 업계와 법학전문대학원 관계자들의 반발과 항의에 부딪혀 홍역을 앓았기 때문이다. 올해 공무원 채용 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법조계의 압력설이 파다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법조계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7급 공채로 한정하기보다 6급 계약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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