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절반 "규제입법 계속 땐 투자 축소 고려"
외국계 기업 절반 "규제입법 계속 땐 투자 축소 고려"
  • 김연균
  • 승인 2014.01.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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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로펌 폴헤이스팅스(Paul Hastings)의 서울사무소 대표인 김종한(51) 변호사는 "이달 초 미국 예일대 로스쿨을 탁월한 성적으로 졸업한 변호사가 뉴욕 유수 로펌 대신 한국에서 일하겠다며 찾아왔지만 '외국 변호사는 현지에서 3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채용을 거절해야 했다"며 "외국 기업들에게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매우 척박하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투자 목적으로 법률 자문을 의뢰한 미국의 한 방사선센터는 최근 '한국에선 병실(病室) 수 등 조건이 까다로워 투자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베트남과 중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국내 진출 201개 외국 기업에 대해 '한국 투자환경 조사'를 벌인 결과, '국내 투자 여건이 열악(劣惡)하다'는 응답이 과반(55.2%)에 달해 '좋다'(44.8%)는 답변보다 많았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이 나쁘다고 대답한 이유로는 '(정권 교체 때마다 달라지는) 정책 일관성 부족'(32.5%)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경제변수 변동성'(27%), '규제 수준 과도'(23.4%), '노사 갈등과 반(反)기업 정서'(10.8%) 등이었다.

최근 도입됐거나 논의 중인 기업 규제 관련 법안에 대해선 53.3%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답했다.

49.8%는 "기업규제입법이 계속되면 한국에 대한 투자 축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은 가장 부담이 되는 입법으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 같은 노동입법'(35.4%)을 꼽았다. 2위와 3위는 '증세 관련 조세입법'(28.9%)과 '영업시간 및 출점규제 등 유통 관련규제'(11.9%)였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작년 3분기까지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가 107억 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 정도 줄었다"며 "기업 경영 여건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법을 만들고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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