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자에서 진단했다.
FT는 지난 달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무 회장이 지주회사 체제로 방향
을 잡은 것은 LG가 그룹의 모태가 된 화학사업을 시작한 지 56년이 지
난 지금 재벌과 관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지주회사 모델이 삼성이나 SK와 같은 다른 재벌
기업들이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의 요구에 못이겨 내놓은 모델을 답습하
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이 전
형적인 재벌내 회계부정과 관련된 문제였다는 점에서 LG의 행보에 대
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메릴린치의 주식 리서치 부문 수석인 이원기는 "지주회사 체제는 재
벌 모델 약점의 상당 부분을 제거해 줄 것"이라면서 "자회사간 제휴
및 상호주식보유, 상호보증 등 한국 재벌시스템이 갖고 있던 문제점들
은 지주회사 구조의 출범으로 인해 방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주회사 체제는 자회사간 독립을 통해 재무적 안정성과 각 회
사간의 독립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 자회사의 유동성 문제
가 다른 자회사로 전염될 위험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LG측도 "지주회사 구조는 투명성을 높일 것이며 이에 따라 주주들은
그룹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소상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투자에 책임을 지고, LG브랜드를
강화하면서 각 자회사들이 제휴에 대한 우려보다는 핵심사업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밝혔다.
메릴린치의 이원기는 "지주회사의 주된 매출원은 배당금이며 자회사들
은 주주들에 대한 지급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면서 "배당
금 지급률이 지금껏 낮았던 것은 한국 시장이 저평가 되어 있기 때문
이며 지주회사 구조는 배당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
다.
FT는 그러나 지주회사의 출범이 재벌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만병통치
약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재무 자회사가 지주회사의 편입에서 배제되는 것은 LG가 여전
히 경영부실 문제를 은고 있는 LG카드와 같은 자회사를 안고 갈 수 밖
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주회사 구조가 일가(一家) 소유 및 경영구조를 바꿔 놓긴 어려
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씨 일가는 여전히 LG의 배후에서 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이들은 이종(異種) 회사들
을 각자에게 맡겨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주가치를 높이
는 최선의 방법은 재벌을 해체하고 각 자회사들을 각자의 장점에 따
라 생존이든 몰락이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다.
컨설팅업체 인더스트리얼리서치&컨설팅의 디레터 행크 모리스는 "지주
회사는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면서 "문제는 자회사들이 전문성과 유능
한 경영자들에 의해 움직이느냐, 아니면 재벌가 소유주의 장난감으로
여전히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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