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허트포드셔에 사는 헬렌(34, Helen Reid)은 영국의 대형 금융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6년 전 승진 (vice principal)을 목전에 두고 자녀를 갖게 된 헬렌은 육아를 위해 일주일에 4번만 출근하는 파트타임으로 전환했다.
자발적인 시간제 일자리였지만, 파트타임 전환 이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시작됐다. 회사는 헬렌을 직급이 현재 직급 이상 올라갈 수 없는 부서에 배속했고, 앞서 3번이나 승진했던 그녀는 시간제 전환 이후 6년째 직급이 제자리다.
헬렌은 파트타임으로 전환하고도 전일제 동료들과 비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승진이나 자기성취 기회가 줄어든 현실에 대해 그녀는 '좌절감을 느낀다'(frustrating)고 말했다.
헬렌을 비롯해 영국의 시간제 일자리 취업자 1천명을 설문 조사한 영국 '타임와이즈 재단'(Timewise Foundation)이 지난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의 77%가 현재 일자리에 '갇혀있다'(trapped)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이나 이직의 기회가 매우 제한돼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 아예 승진 기대 자체를 접었다는 응답도 22%에 달했다.
직장 내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시간제 근로자도 34%나 나왔고, 11%는 아예 투명인간 취급(invisible)을 당한다고 답했다. 시간제 일자리의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영국에서조차 시간제 근로자들이 박탈감이나 소속감 저하를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업무만족도가 낮아지면 결국 회사의 혁신역량도 떨어지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 정남지 초빙부연구위원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협업, 협력이 아이디어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직업의 불안정성은 (혁신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많은 연구들이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 기업의 혁신역량이 떨어지면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저해하게 된다. 창조경제 실현과 시간제 일자리가 서로 같이 가기 힘든 가치라는 것이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고용률을 높이는 획기적 대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면 많은 국민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고(독일 미니잡),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혁신역량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영국)을 해외의 사례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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