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을 '은퇴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규정했다. 연금제도의 수혜 비율은 낮고, 자녀들의 지원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퇴하면 빈곤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 고령층(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9.5%로 OECD 평균인 12.7%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이는 비교적 고령층이 활발히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보다도 10%p 가량 높았으며, 34개 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외국에 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미국, 일본과 비교해보면 65세 이상에서는 한국의 비율이 단연 높지만, 59세 이하 연령층에서는 오히려 낮았다.
이 자료를 작성한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언뜻 바람직해 보인다"며 "하지만 이면에는 높은 수준의 노인 빈곤율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적으로 노후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한국 고령자들이 은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 고령자의 빈곤율은 45%(2008년)로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15%)의 3배에 달한다.
세계 1위 노인빈곤율의 배경엔 공적연금 지원의 부족과 자식들의 지원 감소 등이 있다. 2012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평균소득 중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일본, 미국, 독일의 노인 50% 이상은 '공적연금이 주요 수입원'(일본정부 2010년 조사)이라고 답해 공적 시스템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녀의 지원(용돈)이 줄어드는 것도 노인 빈곤율과 경제활동참가율에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가구에 대한 사적 이전(가구간 이전)의 평균값은 2000년대 전반에는 월 30만 원 내외였으나 2012년에는 2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노인들은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2012년 3/4분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노인의 대부분이 단순노무종사자(72.3%, 약 44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74세 임금 근로자 중 40%가 '청소원 및 환경 미화원'(23%)과 '경비원 및 검표원'(17%)이었다.
노인 경제활동참가율은 늘어나지만 많은 노인들이 저소득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업 보다 단순노무직 밖에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류 연구원은 "당분간 우리나라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많은 고령자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지만 공적인 지원체계도 일자리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류 연구원은 "60세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해 50대 후반의 고용안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도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용안정을,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생활안정을 뒷받침하는 방안들이 계속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아웃소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