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화물차주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지금까지 법원은 화물차주, 레미콘기사 등에 대해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고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화물차주의 경우 화물차의 실소유주가 운전자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화물차주들이 실질적으로 회사에 종속돼 업무지시를 받고 일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재능교육 사업에 편입돼 조직적·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되는 학습지 교사들은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며 학습지노조도 노조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학습지교사, 화물차주,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업주에 종속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법원이 잇달아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상·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법적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는 노동계 추산 39개 직종 250만명, 정부 추산 115만명에 달한다.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이들을 보호할 법안이 없다 보니 일방적 계약해지, 계약조건 변경 등에 시달리고, 정당한 노조활동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기존의 정규직을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법적 장치가 미비해 가장 열악한 형태의 노동자로 꼽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존에 정규직이었던 노동자들이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로 전환하며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것”이라면서 “신분만 노동자에서 자영업자로 바뀐 것으로 고용불안과 노조활동 무력화, 노동기본권이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특수고용노동자의 평균 임금(2012년 3월 기준)은 181만9000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 211만3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이 제한돼 있다. 산재보험은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등 6개 직종에 대해 가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가입률은 9.8%에 불과한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를 위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등의 공약을 내놨지만 노동계는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 개념에 포함시키는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부 법원 판결로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법적 보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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