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51개 업체 중 32곳, 현대가 실사용자 판정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의장(조립)ㆍ차체ㆍ도장 공정에서 일하는 32개 업체 소속 노동자 279명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 판정 결과를 현대차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적용하면 불법파견자는 4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는 “적법하게 운영하고 있는 하도급을 불법으로 판정내린 것에 유감”이라며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은 최병승씨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노위는 20일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23명이 제기한 부당해고·부당징계 구제신청 재심사건에 대한 판정 결과를 공개했다. 중노위는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51개 업체 중 의장(조립)부 30개 업체, 차체부 1개 업체, 도장부 2개 업체 등 32개(1개 업체는 의장·차체부 중복) 업체가 불법파견에 해당돼 실질적인 사용자가 현대차라고 판단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의장ㆍ차체 공정에만 3800여명, 도장 공정에 10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에 해당하는 불법파견자 숫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중노위는 지난해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는 의장·엔진 공정의 6개 업체 107명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바 있다.
중노위는 그러나 현대차 울산공장의 도장부 3개 업체, 품질관리부 2개 업체, 생산관리부 6개 업체, 엔진변속기부 4개 업체, 시트부 4개 업체 등 총 19개 업체 사내하청 노동자 144명에 대해서는 합법도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좌우로 혼재돼 일하는 라인이 많은 의장·차체부를 중심으로 불법파견을 판정했다. 같은 도장부이지만 업체별로 불법파견 여부가 엇갈린 것도 정규직·비정규직의 혼재 정도에 따라서다.
그러나 이 판단은 대법원 판결보다 후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대법원은 GM대우 창원공장 불법파견 판결에서 의장·차체뿐 아니라 도장·생산관리·자재보급 등 전 라인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2010년 서울고등법원도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명에 대해 의장·차체·엔진·서브 등 다양한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대법원의 GM대우 판결은 컨베이어벨트의 자동흐름 방식으로 이뤄지는 자동차 공장에서 합법도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중노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뒤섞여 일하는 경우만 불법파견으로 인정해 형식적·제한적으로 판단했다”며 “한 라인에 비정규직만 몰아넣고 일을 시키면 합법이라는 판정은 사용자들이 불법파견을 은폐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중노위가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확대 인정한 만큼 즉각 정규직 전환에 나서고 비정규직지회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사업장인 32개 업체를 폐쇄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검찰은 조속히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입장 차이로 지난해 말 이후 중단돼 있다.
현대차는 그러나 중노위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3500명 신규채용안을 내놓고 현재까지 798명의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고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람만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노위가 19개 업체는 합법도급이라고 판정했다”며 “사내하청 전원을 정규직화하라는 비정규직지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판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노위 판정서를 받아보고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는 특별교섭을 통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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