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웃소싱 제조기지에서 R&D 요충지로
중국, 아웃소싱 제조기지에서 R&D 요충지로
  • 김연균
  • 승인 2013.03.14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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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중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값싼 노동력으로 제품을 찍어내는 생산기지로 여겼던 예전과 달리, 신규 서비스나 신제품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고 연구개발(R&D)센터를 속속 개소하거나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급 인력에다 탄탄한 내수시장까지 갖췄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기술 인재육성 정책과 이른바 ‘해귀’로 불리는 해외 유학파들의 귀환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이 중국에 세운 R&D센터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모두 1160개로 집계됐다.

애플은 최근 상하이시 R&D센터 건립을 확정했다. 상하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애플은 올 여름 푸동지역 인근에 총면적 1만㎡ 건물 세 동을 임대해 R&D센터 설립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여기서 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팀 쿡 CEO는 지난 1월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를 만나 “중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더 많은 연구소를 지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만간 애플 제품 뒷면에 ‘상하이에서 디자인한 제품(Designed in Shanghai)’이라는 문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 R&D연구소는 최근 한국 인력까지 끌어안아 아시아·태평양 연구개발 그룹으로 성장했다. 미국을 제외하면 최대 연구개발 기지다. MS는 2014년까지 중국 시장을 위한 R&D 비용으로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2011년 MS는 중국에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으로 2억 달러를 책정했는데 5배나 증가한 수치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올 초 중국을 방문해 개발자 포럼에도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구글은 인터넷 검열 등의 사안으로 중국 정부와 맞서다 지난 2010년 철수했다. 그러나 슈미트 회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국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모바일 시장이 급팽창하고 구글의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같은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접 비즈니스를 재개하기보다 중국 소비자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구소 설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자신들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판단한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내세워 해외 기업을 끌어들이고 투자 유치와 기술 이전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 대만 등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국가들은 결코 쓸 수 없는 전략으로 중국은 글로벌 기업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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