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신년이 되면 4대 그룹들이 경쟁하듯 속속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야심찬 1년 목표 설정에 분주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공식적인 투자·고용계획을 발표하는 기업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 상황은 깊은 안개 속이고, 그룹들도 내·외부적으로 고려해야할 게 많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중 올해 투자·고용계획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언급한 기업은 LG그룹뿐이다.
예년 같은 경우를 보면 4대 그룹에서 먼저 투자·고용계획을 공표하고 뒤따라 각 그룹에서 올해 계획을 발표, 2월 초쯤되면 올해 재계 경영 계획에 윤곽이 잡히곤 했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와 GS그룹은 전년 12월말에 경영계획 발표를 마쳤으며, 새해 들어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그룹들이 1월 중 투자·고용계획을 확정지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설을 넘기도록 투자 계획이 나오질 않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2월 전에 4대 그룹에서는 발표가 끝나고 개별 기업들도 경영 계획을 발표를 해왔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올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기업들이 움츠러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올해 경기 전망이 장밋빛이라면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나서겠지만 모든 경기 지표가 다 안 좋은 상황”이라며 “작년보다 투자계획을 줄일 수밖에 없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그룹의 경우 오너 부재 상황에서 경영계획 수립이 어렵다.
한화그룹과 SK그룹은 각각 김승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그룹 1년을 책임질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와 함께 새 정부 출범으로 기업들이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기업들을 압박해왔다는 점에서 그룹 마다 불안감은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박 정부가 취임 이후 얼마다 더 공격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대기업 비난의 수위를 누그러뜨릴 것인지 아직 가시화되지 않다보니 망설임도 커진다.
올해 새 정부 출범으로 짜여질 경제 정책이 향후 5년을 결정할 수도 있다보니 선택에 기로에 서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초기에 ‘비즈니스 플랜들리’라고 해서 기업 친화적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실상 반 기업적인 정책도 많았다”며 “박근혜 정부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30대 그룹의 신년 투자계획을 모아 매년 발표하고 있는 전경련측은 올해 그룹들이 투자계획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투자 계획이라는 게 워낙 경제 상황에 따라서 조정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올해 투자계획 수립이 늦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대 그룹의 신년 투자계획은 늘 3월 회장단 회의 때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신년투자계획 수립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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