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업 경쟁 뜨겁다 대통령만큼 안전하게 지켜줘요
경호업 경쟁 뜨겁다 대통령만큼 안전하게 지켜줘요
  • 승인 2003.04.19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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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짤막하지만 충격적인 기사가 일부 방송과 인터넷 매체에
뜬 적이 있다. 10분만에 오보로 밝혀졌지만 잠깐새 한국 증시가 출렁
이는 등 파장은 컸다. 요인들의 경호도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검은 양복에 짧은 머리. 선글라스에 무전기. ‘경호원’하면 떠오르
는 이미지다. 영화에서나 보던 경호원들이 일반인들에게도 성큼 다가
왔다. 정부 요인이야 공권력이 경호를 담당하지만 민간인 요인은 자
기 목숨을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경호전문업체 TRI의 문원일 차장의 말. “2∼3년전만해도 연예인이나
행사 경호 문의가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학교폭력을 우려한
학생 부모나, 신변 위협을 느끼는 사업가는 물론, 이혼 법정 같은 곳
에도 경호를 받을 수 없느냐는 문의가 하루에도 몇 건씩 있습니다.”
과거 정부나 대기업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경호가 연예인
은 물론, 보통 사람도 보디가드를 고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업체도 활황이다. 현재 서울 지역에 등록된 업
체만 1000여 군데가 넘는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중 본격적으로
경호만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업체도 200여곳이다. 전국 대학에 경
호 관련 학과만 47개가 개설돼 있다.

▶커지는 시장규모◀

국내에 경호업이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88년. 올림픽을 계기
로 사설 경호업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후 연예
인들의 신변 경호나 각종 행사, 콘서트장에서 민간 경호가 일반화됐
다. 자연 시장규모도 조금씩 커지는 추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연 1000억원 정도의 시장은 형성했다고 업계에선 추산한다. 문원일 차
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연 20% 정도 성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
고 밝혔다.

경호 분야도 다양해지고 전문화하는 추세다. 행사 전문 경호에서 연
예인 전문, 외국인이나 기업체만을 주로 상대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경호업체 ‘강한친구들’은 콘서트 경호가 전문이다. 유명 연
예인 등 출연진 보호와 전반적인 콘서트 운영 점검을 담당한다. 채규
칠 강한친구들 운영실장은 “한달에 30회 정도 참여한다”며 “앞으
로도 콘서트 공연에만 집중할 예정”이라 밝혔다.

코세스는 개인신변보호가 우선이다. 매출 90% 이상을 차지한다. 백봉
현 사장은 “공연보안은 이익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연예인이나 부
유층 개인 신변보호 쪽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코세스는 여성이나 아
동 신변보호요청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블루버드’라는 여 성
경호단을 만들었다.

대형 무인 경비 업체들 중 유일하게 경호팀을 운영하는 캡스의 경우,
외국인 방문객이나 기업체 인사 등을 전담한다. 배재용 홍보팀장은
“모 기업이 외국회사인 타이코여서 국내 방문 외국인 경호를 많이 받
는다”면서 “일반적인 연예인 경호나 공연은 맡고 있지 않다”고 밝
혔다.

중소 규모 업체들은 채권자나 채무자를 보호하는 일에서부터 호텔이
나 강남 고급 술집의 야간 경비까지 맡고 있다. B사 관계자는 “경제
가 어려워서 부쩍 채권, 채무와 관련된 의뢰가 늘고 있다”면서 “조
직폭력이나 불법적인 일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 신변보호에 적극적으
로 나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강남의 유명한 술집과 나이트클럽
경비 업무도 맡고 있다.

▶경호원도 전문직◀

국내 경호원 1세대는 과거 청와대 경호실 출신들이다.

백봉현 코세스 사장은 대통령경호실 출신. 경호업계 최초로 경찰학 박
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만큼 전문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 는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운동 좀 하는 친구들이 쉽게 경호업에 뛰어들곤 했지요.
하지만 경호원 수준이 높아져야 시장도 커지는 겁니다.” 코세스는 아
예 지방 도시 폐교를 얻어 경호학교를 세울 참이다. 대학에 경호학 과
도 생겼지만 실무 위주로 가르치겠다는 생각이다. 1∼2년 과정으로 구
상중이다.

최근 들어선 대학에서 태권도나 유도같은 격투기를 전공하거나 군대
에서 관련 업무를 한 사람들이 경호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호원들
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뽑을 때부터 키 175cm를 규정하
는 등 듬직하고 준수한 외모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카페에 가
보면 경호원 팬클럽도 수십개에 이른다.

캡스의 경우, 단일 종목에서 4단 이상의 자격을 갖춘 유단자를 공채
를 통해 뽑고 있다. 정연흥 팀장은 “특히 성장과정이나 가정에 문제
가 없는 지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밝힌다. 운동을 하고, 정의감
만 있다고 해서 좋은 경호원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캡스의 경우, 별
도의 경호 교육은 물론 외국연수 기회도 부여한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캡스 소속 경호원은 “과거에는 우락부락한 조폭 스타일이
주류였지만, 요즘은 외모는 물론 매너도 세련돼야 한다”고 강조한
다 . 사생활이 없고 고객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문제는 없나◀

경호업체도 올해부터 불어닥친 불황을 비켜가지 못했다. 경호 전문업
체 코세스 백봉현 사장은 “치안이 불안한 시대라 해도, 경기가 어려
우면 안전에 소홀하게 된다”며 “아무래도 비용을 줄이다 보면 경호
는 1순위 삭감요인이다”고 털어 놓았다.

커지는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들은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
다. 5명 미만으로 부실한 곳도 많다. 무술 도장을 운영하며 사무실 한
켠에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식이다. 현재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곳
은 5∼6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시장 규모를 좀더 키우는 게 경호업체들의 1차 과제다. 주된
방안은 경찰이 하던 일을 끌어오는 것이다. 백 사장은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라지만 개인 영리를 위한 공연에 경찰이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태도를 보인다. 경찰도 업무를 ‘아웃소싱’하라는 얘기다.
백 사장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전직 대통령 경호, 민간교도소
보호 등도 자격을 갖춘 민간 경호업체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다 .

이런 이양이 이뤄지려면 민간경호업체부터 일정수준 자격을 갖춰야 한
다. 경호업계에서도 사설 자격증 수준을 넘어선 공인 경호자격증 제
도 도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가 난립하면서 단가 경쟁 양상도 나타난다. 현재 일반적인 신변
경호의 경우, 시간당 15만원에서 20만원 수준. 한 업체 관계자는 “9
0년대 중반 수준에서 전혀 오르지 않았다”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일어나면서 서비스는 물론, 무자격자인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부
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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