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실업자 260만 명에 풀타임 구인일자리 23만개
영국, 실업자 260만 명에 풀타임 구인일자리 23만개
  • 김연균
  • 승인 2012.05.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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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 넘는 고실업률이 장기화되고 있는 영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구직자 수에 견줘 구인일자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이 중 많은 수가 임시직 일자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간 가디언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정보 공개 요청을 통해 공공 고용지원기관인 잡센터(JobCentre Plus)로부터 구인일자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받아 11만2천개의 일자리를 심층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신 통계청(ONS) 자료에 따르면, 실업자 267만 명이 영국 전역에 걸쳐 있는 45만개 일자리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구인일자리 1개당 6명의 실업자가 경쟁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지역별 구직활동의 어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공공정책연구소(IPPR) 보고서는 영국 일부 지역에서 구인구직자 비율은 6대 1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코틀랜드의 클라크매년셔에서는 35대 1, 영국 남쪽 섬인 아일오브와이트는 21대 1, 런던 해링게이는 19대 1 등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가디언의 조사 결과, 이들 수치마저도 일자리를 위한 실질적인 경쟁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디언은 이번 조사에서 구인일자리가 제시하고 있는 조건, 즉 근로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자영업(self-employed) 일자리인지, 사회수당을 받기 위한 최소의 근로시간을 보장하는지, 또한 정규직인지 임시직인지 등을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조사대상 가운데 2만4천개의 일자리는 자녀가 있는 커플이 근로세액공제(Working Tax Credit)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근로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근로시간은 지난 4월6일, 주당 1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었다. 이 규정의 변화는 약 1만개의 구인 일자리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또한 8천 개의 일자리는 어느 정도의 근로시간을 제공할 것인지 충분한 정보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구인일자리 가운데 임시직 일자리의 수는 남아있는 일자리를 놓고 얼마나 경쟁이 치열할지를 보여주는 두 번째 지표이다. 임시직과 자영업자 일자리가 조사대상 11만2천개 구인일자리 가운데 5만8천 개를 차지했다.

이러한 패턴이 영국 전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현재 45만개 구인 일자리 가운데 오직 23만4천 개 가량만이 풀타임 일자리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덧붙여 고려할 것은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근로자가 약 140만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의 실업자 260만 명과 풀타임 일자리를 갖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140만 명이 모두 풀타임 일자리를 원한다고 가정하면, 그 경쟁률은 20대 1을 넘는다는 말이 된다.

이와 함께 가디언 조사는 현재 잡센터에 등록된 구인일자리 가운데 적지 않은 수는 임시직 일자리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수당이나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시간 등의 근로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수당과 다른 여타 수당을 받을 자격은 고용이 시작된 첫 날 종료가 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단기 일자리나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를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

실업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그러한 단기 일자리는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67만 명의 실업자들의 일자리 찾기의 도전은 오직 45만개의 구인 일자리만 제공되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매우 힘든 과제일 수밖에 없다. 풀타임 일자리를 위해 현재 고용상태에 있는 임시직 근로자들과 경쟁에 가세한다면 그 도전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현재 실업률 8.4%를 2007년 5.2% 수준으로 내리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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