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서비스산업협, HR시장 진출 중단 요청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한 대기업 계열사들이 아웃소싱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이 불편한 속내를 들어냈다. 특히 컨택센터 아웃소싱 기업인 KT 계열사들에 대한 불만이 거셌다. KT 계열사인 KTIS는 컨택센터 아웃소싱 사업뿐 만 아니라 병원의 외래수납ㆍ안내 도급 사업까지 영업을 확장, 수년간 유지해 오던 기존 파견사업자들의 ‘고객사 사냥’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HR서비스업계를 대표하는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는 KT 및 계열사의 시장 잠식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피해사례를 접수, 업계 공동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에 접수된 사례 중 가천의대길병원의 경우 A파견업체가 6년간 외래수납 업무를 위탁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 상반기 원무과 업무인 외래 수납 업무와 고객센터 업무를 통합 운영한다는 방침을 내세워 6년의 인연이 단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길병원 원무과 관계자와 만난 A업체 관계자는 재계약 실패와 관련해 “통합 운영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외래업무 전문성은 떨어질 것 같다”며 “병원 사정에 밝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일해 온 A업체와 재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은 길병원과 KTIS 측과의 사업 협력ㆍ확장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길병원 관계자의 후문을 전했다.
실제 A업체의 재계약 실패에 즈음해 KTIS가 가천의대길병원과 공동으로 U-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한 시점과 맞물리며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KTIS의 이 같은 사례는 연세신촌세브란스병원 경우부터 감지된 바 있다. 컨택센터 아웃소싱 시장에서 입지는 굳혔지만 병원 수납ㆍ안내 도급 실적이 없는 KTIS로서는 해당 업무 실적 올리기가 우선 목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 2~3명 규모의 인력을 위한 수납 창구 등 관련 시설을 무상으로 병원 측에 제공, 이후 17명까지 확대하는 실적을 올렸다는 소문은 파견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영업 방법으로 고객센터 업무뿐 만 아니라 기타 도급업무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경희동서신의학병원도 비슷한 사례를 남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태를 지켜보던 고용노동부 산하 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국내 아웃소싱 산업은 시장 규모가 큰 편이기는 하지만 실제 업을 이끄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해 경쟁업체끼리 ‘밥그릇 뺏기’는 이미 만연한 행태”라고 전제하고 “중요한 것은 위탁관리 업체 변동에 따른 해당 파견(도급) 근로자의 고용안정이 유지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A파견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거론한 가천의대길병원과 계약한 KTIS가 고용승계 문제와 관련해 1년 미만 근무자에 대해 퇴직금 산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업계의 통상 관례에 따르면 1년 미만 근무자에 대해 퇴직금의 일부는 보전해 준다는 것이 A업체 관계자의 주장이다. 결국 KTIS로 고용이 승계된 1년 미만 근무자에 대해 재계약에 실패한 A업체에서 퇴직금의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A업체 관계자는 “법정 퇴직금 적용 대상이 아닌 근로자의 경우 업무 도중 위탁업체가 바뀌더라도 1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을 인정하는 것이 관례”라며 “이에 대해 지급불가 방침을 정한 KTIS가 과연 대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KT 계열사들의 아웃소싱 영업범위 확산에 대한 논쟁은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를 주축으로 하는 파견사업자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이다. 해당 협회는 KTIS에 대해 본연의 통신사업에 주력, HR서비스 시장 진출을 즉각 중단할 것으로 요청하는 공식 의견을 발표했다.
협회 관계자는 “KT와 계열사는 컨택센터 아웃소싱 물량 밀어주기로 기존 컨택센터 업체들을 밀어냈다”며 “현재 HR서비스 시장에 까지 진입, 이미 병원 부문의 사무행정 아웃소싱 영역까지 잠식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심각한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KT 등의 영업방식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난했다. 공정경쟁이 아닌 ‘통신 인프라 끼워넣기’, ‘본전치기’식의 영업으로 불공정 경쟁을 자행하면서 기존에 형성된 시장의 룰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행태는 결국 HR서비스업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해당 산업 근로자의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KT를 비롯해 대기업 계열사들의 아웃소싱 사업영역 확대가 이미 예견된 만큼 사전 준비에 허술했던 일부 아웃소싱업체들의 전문성 결여와 낮은 서비스 수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뿐 만 아니라 SK, LG 등 대기업들이 계열사 혹은 자회사 형태로 아웃소싱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유무선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 3사의 경우 전용회선, IT솔루션, 전국 네트워크, 풍부한 영업인력 등 다양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들 또한 아웃소싱 경쟁시장에서 일반 아웃소싱업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乙’의 입장”이라며 “영업 실적을 위해 자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며 영업활동을 하는 것은 마케팅 실무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와 일반 아웃소싱업체가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최소한 고객사를 만족시키는 인적ㆍ물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KT계열사 영업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아웃소싱업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HR서비스산업 특히 인력 파견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리딩 기업들임을 지목했다. 연매출 3000억원을 육박하는 이들 업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소 아웃소싱업체는 없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일련의 논쟁에 대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제안이 설득력을 가진다.
익명을 요구한 파견업체 사장은 “KTIS의 경우 컨택센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체지만, 해당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변 사업으로의 진출은 일반적인 사업주체의 행태”라며 “그러나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불법 혹은 불합리한 물밑 영업이 이뤄졌다면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기존 파견사업자들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아웃소싱 산업은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경쟁이 팽배해 있다”며 “계약 수주에 전념하기 보다는 자사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에 전념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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