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업요건 강화 대신 필수유지업무제 도입?
영국, 파업요건 강화 대신 필수유지업무제 도입?
  • 이효상
  • 승인 2011.09.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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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연금개혁 방안에 반발하며 지난 6월 진행된 다수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과 앞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파업에 대한 대응으로 영국 핵심 사용자 단체인 CBI가 쟁의행위에 대한 좀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는 파업 요건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법 개정을 위한 마땅한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정부는 파업시 ‘최소서비스 유지(minimum service guarantees)’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파업 또는 다른 형태의 쟁의행위를 조직하기 위해 노조들은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재적 조합원 대비 투표참가율에 대한 제한은 없다. 이와 관련, 지난 6월30일 파업은 현재 법 규정에 관한 변화를 위한CBI 재요구를 유발시켰다.

CBI는 파업 전인 6월17일 자료를 통해 3개 노조·전국교사노조(NUT), 교사 및 교직원 연합(ATL), 공공및상업서비스노조(PCS)-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수가 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3개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에서 다수의 ‘찬성’표(NUT 92%, ATL 83%, PCS 61%)를 받았음에도, 투표율은 NUT 40%, ATL 35%, PCS 32% 등으로 과반에 못 미쳤다. 이를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로 환산하면NUT의 경우 37%, ATL과 PCS 는 각각 29%, 2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CBI는 “저조한 파업 찬성률은 노조가 파업을 수행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음을 말해줄 뿐더러 파업 찬반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들 다수를 임금손실 등 곤경에 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CBI는 30년된 파업 관련 법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적어도 40%의 재적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하고; 2) 투표참가 조합원의 과반이 찬성해야만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CBI는 투표용지에 “파업에 참가할 경우 임금과 다른 수당들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분명히 명시함으로써, 조합원들이 투표 전에 파업에 따른 결과를 직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BI는 지난해 내놓은 노사관계에서의 법률적 쟁점에 관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한 바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이와 비슷한 요구들이 중도우파 싱크탱크인 Policy Exchange와 보수당 소속 런던시장인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정부의 입장

파업건수나 일수가 급증하지 않는 한 이 같은 CBI의 바람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월 6일 빈스 케이블(Vince Cable) 기업부 장관은 영국에서 3번째로 큰 노조인 GMB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 “파업이 전례없이 낮은 수준인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파업관련 법 개정은 아주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약 현 상황이 역전되거나, 파업이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면, 파업 규제를 강화하라는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시스 모드(Francis Maude) 내각장관은 6월 15일자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재, 파업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정부 방안이 뭔지는 꺼내지 않았다.

장관들은 런던 시장과 회동을 갖고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바가 있고, 파업이 경제와 특히 2012년 올림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디언에 따르면, 정부 한 관계자는 “장관들 간에는 런던 교통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는 파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갈망이 있지만, 광범위하게 모든 노조를 타겟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찬반투표 참가율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보리스 존슨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의 효과가 파업에 대한 지지를 더 확대시키거나 비공인된 쟁의행위를 부추길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파업 진행 중에도 핵심 서비스를 계속 운영토록 하는 ‘최소서비스 유지’ 방안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영국에서는 최소업무를 규율하는 특별한 입법이 없다.

출처: 한국노동연구원/EIRO (2011), 2011년 8월 18일자, ‘Uncertainty over calls for further restrictions on strikes’ 유성재(2007), 수도·전기사업 필수유지업무 제도화 방안 연구, 노동부 학술연구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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