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합리화는 세계화 첫걸음
경영합리화는 세계화 첫걸음
  • 승인 2003.05.17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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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되면서 부쩍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TV 스
포츠 중계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 국내선수가 출전한 미국 메이저리 그 경기가 곧잘 중계된다.

메이저리그와는 한참 멀 것 같았던 국내 선수들이 이제는 미국 프로
야구계나 골프계에 단골손님처럼 드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마저 느낀
다.

국내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서양 선수들과 견줄 만큼 성장한 덕 이
클 것이다.

그러나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투수로 친다면 결정적 인 승부처에서
타자를 잡아낼 구질 하나는 확실히 갖고 있기 때문 아 닐까.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한때는 폭풍처럼 몰아쳤던 세계 화라는 용어가 이제는 진부하다는 느
낌마저 준다.

그 동안 세계화라 는 기치를 내걸고 외국으로 진출했던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반(反) 세계화라는 부작용도 불러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화라는 개념이 전파되면서 초기에 빚어졌던 시행착오나 견
해 차이 때문에 세계화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그것 은 IBM 창업자인 토마스 왓슨이 “국가간에 무역이 적당
히 이뤄지고 있으면 군대가 국경을 넘을 필요가 없어진다”고 표현한
글로벌 경제 (Global Economy)라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너무 거창할 것 같은 세계화도 사실은 간단한 데서부터 출
발한다.

어 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눈도 안보이고 귀도 먹고 말도 못한다면,
세 계화는 고사하고 당장 살맛부터 나지 않을 것이다.

영어를 못하면 이 와 같은 삼중고를 겪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CEO는 물론, 말단 사원까지 회사 구성원 모두가 국제 공용
어가 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 도록 노력하자.

이런 대전제 아래 우리 기업이 세계화를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점으
로 특히 업종 전문화를 강조하고 싶다.

외국에서 수년간 유학하면서 주목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GE나 IBM, 도
요타 등 세계적인 우량기업 이 업종 전문화에 충실했고 그 결과 지속
적으로 수익을 내고 성장 발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에너지 업계에서는 엑 손모빌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인 사업전략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의 크리스 주크는 ‘핵
심사업에 집중하라(Profit from the Core)’라는 저서에서 “고도로
집중화하고 지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뚜렷한 핵심 사업이 없는
다각화된 경쟁 기업과의 경쟁에서 결국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음료 산업에서 한때 식품복합기업인 펩시가 코카콜라에 뒤졌던 사례
를 꼽 을 수 있다.

펩시는 콜라 외에도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업종 등에 폭 넓게 진출한
반면 코카콜라는 음료 이외의 업종에 거의 손을 대지 않 았다.

결과는 콜라부문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문을 분리해야 했던 펩 시의 패
배로 나타났다.

동일한 사례로 맥주산업에서는 밀러가 안호이저 부시에, 분사 이전에
복합기술 기업이었던 HP가 PC사업에서 고도로 집중화된 델컴퓨터에 뒤
져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고의 우량 기업인 GE는 호황기던 1980년 대 초반 일찌감치 사
업부문 축소 작업을 추진해 성공한 케이스로 꼽 힌다.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한 업종 전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가 보호막이 점점 엷어져 가고 있는 마당에 특정 분야에 정통하지
않고서 어떻게 ‘경쟁’이며 ‘생존’을 논한단 말인가. 덧붙여 업종
전문화에 성공한 기업은 대체로 세계화에 성공했다.

국내로 눈을 돌 리면 더 명확하다.

이제는 보호 장벽도 다 없어져 외국 대기업이 국 내에서 판을 치고 있
다.

종전처럼 보호장벽 안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겠다는 발상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업종전문화를 강조한다고 해서 반대편에 있는 사업 다각화가
실패한 경영 스타일이나, 무슨 사회악인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경계
해야 한다.

좋은 경영이란 상황에 맞게 전문화와 다각화, 이 둘을 창 과 방패를
쓰듯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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