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정책, 시장 아닌 근로자에게 맞도록
고용정책, 시장 아닌 근로자에게 맞도록
  • 부종일
  • 승인 2010.08.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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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정보원 주최 국제회의, 세계 석학 귄터 스미츠 강연
TLM(이행노동시장·Transitional Labor Market) 이론을 창시한 세계적인 권위자 귄터 슈미츠 베를린자유대학 교수가 한국 고용시장에 쓴소리를 했다. 고용정책을 시장에 맞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게 맞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정인수)은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TLM과 고용서비스'라는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정인수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노동·복지 분야에서의 서민정책은 자칫 막대한 재원 낭비와 포퓰리즘 시비에 휘말리기 쉬운데 반해, 개인의 생애단계별로 노동시장에서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지원하자는 TLM은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친서민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귄터 교수는 독일에서 실업급여수급권을 활용해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줘 결과적으로 창업을 통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했다는 사례를 소개하고 근로자들을 이해하려는 능력을 가진 공공서비스 전문가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견직에 대한 훈련을 강화해 고용없는 성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훈련에 대한 유인책이 필요하고 '훈련 바우처'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우처 제도란 취업알선시 단계별로 성공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로 민간고용서비스 기관의 경쟁을 유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의 러드 머플 교수는 “지난 10년간 한국은 공공 고용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노력은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보다 훨씬 낮으며, 임금 불평등이 높고 빈곤층에서 차지하는 근로빈곤층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 다소 높다”며 “한국은 향후 노동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득의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파리1대학의 크리스틴 얼 교수는 "TLM을 정책 토대로 삼고 있는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고용지표를 보면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고용률이 높고, 남녀 고용률 차이도 적다"며 "TLM은 괜찮은 임금 등 사회경제적 안정성, 일과 가정의 양립 및 남녀 평등 촉진 등 고용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사회통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정책의 평가와 발전방안'에서 "각 계층의 기대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취업하도록 지원할 것이니 취업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취업중심 정책으로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는 대책, 이행촉진을 위한 소득지원제도, 근로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등 포괄적인 노동시장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행노동시장 관점에서 사회통합형 노동시장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려면 노사를 비롯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므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를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ECD 정형우 정책분석관은 'OECD 국가의 이행노동시장정책 및 시사점'이란 주제의 발제문에서 유럽의 국가별 최신 TLM 정책들을 소개한 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고령화와 동시에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실과 세계화 및 치열한 국제경쟁체제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전체 고용률 증진 및 생애 근로기간 연장을 목표로 하는 이행노동시장 이론은 한국 노동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TLM 도입을 적극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행노동시장의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휴가, 훈련(교육), 근로시간, 보육 등 전 생애에 걸친 큰 틀에서의 종합적 계획을 마련해 집행하는 것이 관건이며, 동시에 기존의 사회복지제도가 이행노동시장의 장애요소가 되지 않도록 노동시장 진입 또는 복귀를 촉진하는 내용으로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국제컨퍼런스에서는 귄터 교수 외에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등 고용서비스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며 정병석 한양대 교수, 정병유 한신대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서 한국의 고용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양한 제안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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