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협력업체 무더기 도산 우려
지역 협력업체 무더기 도산 우려
  • 곽승현
  • 승인 2010.03.15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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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지방제조업

정부 부처의 정책자금 지원 시급



대형 조선업체들이 경기불황으로 조선시황이 나빠지면서 수주잔량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외부 주문물량을 줄이고 있어 협력업체 일감이 대폭 줄어드는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중소 협력업체에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국내 상위 7개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은 409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지난해 12월말 수주잔량은 4131만4000CGT로, 한달 사이 이들의 수주잔량은 36만4000CGT가 감소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말 944만4000CGT에서 올해 1월말 915만CGT로 수주잔량이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은 838만7000CGT에서 826만9000CGT로 감소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수주잔량도 한 달 사이 소폭 감소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선박 발주가 폭주해 생산능력 이상의 물량을 주문받아 협력업체 등에 선박 일부분을 외주 형태로 줬으나 요즘은 외주물량을 줄이고 가급적 자체 생산을 통해 수주잔량 감소에 따른 업무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선업체들의 업무량 조절로 협력업체들의 일감이 줄어들고 고용불안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중소협력업체들은 지난달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수주잔량이 줄어들면 외부로 주문하는 물량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난항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협력업체 1048곳도 연쇄부도 위기에 몰렸다.

몇 달째 대금을 받지 못해 직원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협력업체가 상당수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금호타이어 매출 의존도가 높은 179곳을 주요 협력업체로 특별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많이 이용하는 협력사 113곳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이들 업체 자금 담당자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 군데에서 부도가 나면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이 무산돼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상태에 처하면 금융권 채권뿐 아니라 협력업체·거래업체 채권 모두가 동결돼 채권채무 재조정을 받는다. 이는 협력업체 도산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업이 되면 금융권 채권만 동결되고 상거래 채권은 보호를 받게 된기 때문에 금호타이어뿐 아니라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워크아웃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청이 450억원 가량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이 금호타이어 지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청이 독자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중기청 업무보고에서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지원을 요구한데 따른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기청은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에 이미 집행한 15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상환 유예하는 것은 물론 300억 원 정도의 신규 정책자금 지원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책자금 지원으로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만큼 정부 부처들의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쌍용자동차 협력업체들의 무더기 도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최근 회생 개시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대구 성서공단내 쌍용차 협력업체인 대신산업가 지난달 12일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다시 협력업체들이 무더기 도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산업 이날 5억여원의 어음 만기가 도래했지만 이를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플라스틱 사출물 등을 제조해 연 매출액이 80억원 정도인 대신산업은 매출액의 60%를 쌍용차에 납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자동차 협력사 모임인 협동회 사무총장인 최병훈 네오텍 대표는 “다른 협력업체 6∼7곳도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다"며 “1차 250개와 2, 3차 1천900개의 협력업체들도 빈사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쌍용차 법정관리가 진행되는 4, 5개월 동안에 협력업체들은 연쇄부도가 우려되기 때문에 그 동안만이라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은 정부나 은행에서 지원해줘야만 한다"며 자금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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