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요구
노점상과 노점단속원. 서로들 개인적인 원한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
닐 텐데 쫓고 쫓기는 사람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 그
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환경미
화와 불법노점 근절을 이유로 대대적인 노점단속이 벌어지고, 그 때마
다 물리적인 충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한달 벌이야 서로가 빤
한 처지이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숨막힌 추격전을
해야 하는 이들.
그나마 적지 않은 노점상들은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이라는 전
국 조직에 소속돼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노점단속반원들
은 각 구청에 일용직으로 고용돼 있다는 것 외에 어떠한 공통분모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 중구청에서 그 닻은 올랐다.
서울 중구청 소속 일용직 노점단속반원 44명 가운데 38명은 고용안정
과 실질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
직접 가입하는 형태로 ‘서울시중구청일용직노동조합’(위원장 주경
돈)을 결성했다. 이들은 “단속원의 의사를 무시한 휴일 강요와 일방
적인 계약해지 등 극심한 고용불안을 겪어왔다”라며 △전 조합원의
상용직화 △실질임금 보장 △정당한 산재 보상 처리 등을 요구했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에 이르는 노점 단속원들의 근무년수는 최소
1년에서 최고 15년 에 이른다. 또 이들의 임금은 8시간 기준으로 일
당 3만5,150원이며 8년 전인 95년(3만1,860원)에 비해 3,290원이 인상
된 데 불과하다.
이들이 맡는 구역이 서울의 주요 번화가, 특히 ‘사대문 안’이라고
일컫는 중구청 관내이다 보니 지난해 월드컵을 겨냥한 대대적인 단속
과정에서 빚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다음달이면 본격적으로 진행될 서울
시 청계천 복원 공사로 인한 해당 일대 노점상과의 마찰이 불가피하
다.
아닌 게 아니라 중구청은 지난해 8월 전노련 박봉규씨 사망과 관련한
전노련의 집중집회 시기, 노점 단속반원들에게 중구청장 개인과 부인
의 신변안전을 보호하는 ‘보초업무’까지 강요했다.
노조 이현열 조직부장은 “중구청장 거처는 물론 중구청장의 조깅에
도 동행(?)하게 했으며 심지어 중구청장 부인이 운영하는 약국 앞에서
까지 보초업무를 섰다”라며 “이런 부당한 업무 수행

립의 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또 노조 이 부장은 “사실 월드컵을 앞둔 집중 단속 기간 동안 노점상
들과 가능한 마찰 없이 업무를 수행하려 했지만 그래도 노점상 입장에
서는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며 “이제 노조가 설립되었으니 서
로의 입장을 좀더 고려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형수 조직차장은 “구청과 ‘일용인부근로계약
서’를 작성하는 일용직 단속원들은 실제 이들의 업무가 노점 단속과
노점 철거를 저지하는 노점상과 직·간접 마찰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
다”라며 “그럼에도 단속원들은 업무상 입은 상해를 산재보험으로 처
리받지 못하고 치료비 수준으로 지급받았다”라고 말했다.
한 예로 최근 단속원 모 씨가 노점 철거 과정에서 눈 밑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어 2주 진단까지 받았는데도 구청은 단지 치료비만 지급했
다. 조 차장은 “더군다나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청계천 철거가 시작되
면 단속원의 업무는 급증할 것”이라며 “‘노점 철거’라는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단속원에게 정당한 산재보험은 그 어떤 요구보다 절
실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구청은 일용인부계약서에 명시된 ‘가로정비 보조업무 수행
중 본인의 부주의로 발생되는 제반 사고에 대하여는 본인이 전적인 책
임을 지고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
등으로 사용자로서의 일체의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 단속원이 업무
상 당하는 피해에 대해 노점상과의 ‘일대일 합의’를 사실상 강요하
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전노련의 세력이 커지면서 ‘일대일 합
의’도 쉽지 않아 단속원이 업무 수행 중 당하는 사고 책임이 단속원
개인의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데 있다.
또한 노조는 “지난해 9월 이전에는 단속원의 계약기간이 대개 1년씩
이었으나 새 담당 계장이 온 뒤로 석 달 짜리 계약이 등장해 극심한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울시 중구청 건설관리과 가로정
비계 김영태 주임은 “노조측이 주장하는 석 달 짜리 계약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그 기간은 ‘특수목적에 의한 연장’이며 계약서조차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더불어 김 주임은 노조측의 ‘상용직화로 인
한 고용안정’ 요구와 관련해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른 상용직 정원
증원이 없는 한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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