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시정제 1년
차별시정제 1년
  • 곽승현
  • 승인 2008.09.05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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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담 증가로 비정규직 규모 줄여
근로자, 차별신청해도 구제 힘들어 기피

노동부, 적용대상 비정규직 13% 불과

지난해 7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차별시정제도가 시행됐지만 기업은 부담 증가로 비정규직 고용 규모를 줄이고, 근로자들도 차별이 인정돼 구제 받은 사례가 적어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우에는 차별시정제가 실제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부담으로 비정규직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었으며, 이를 대체하는 정규직 고용도 소폭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세계은행이 ‘두잉비즈니스 2009’에서 우리나라의 기업 고용환경이 지난해 전세계 131위에서 152위로 내려 앉았다. 이 같은 하락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차별시정제와 비정규직 2년 고용 후 정규직 전환 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들은 아예 비정규직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6월말에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9.7%가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비정규직 채용규모를 줄였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는 대신 감소분만큼 정규직 채용을 늘렸다는 기업은 15.6%에 불과했다.

실제 기륭전자, 코스콤, KTX, 이랜드의 비정규직 사태는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인력을 대거 해고하고 일부 업무 및 인력을 외주화 하는 데에서 발생했다. 차별시정제 등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상황을 악회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차별시정제가 근로자들의 차별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실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성천(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일 업무보고에서 “전국 39개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차별시정을 신청했지만 구제받은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차별이 인정됐지만 소송으로 시정이 유보되는 바람에 구제조치 받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3개 사업장 근로자




14명은 조정에 의한 노사 타협으로 분쟁을 해결했지만 이는 차별시정 명령에 대한 이행 강제방안이 없기 때문에 차별여부에 대한 판정 대신 고용보장이나 금전보상을 근로자측에 권유한 결과로 분석했다.

이어 강 의원은 차별시정 신청→차별여부 판정→시정명령→불이행시 1억원 이하 과태료 부과'라는 현행 시스템에 결정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63%, 사회보험 가입률은 40%에 그치는 상황에서 차별시정제도가 제도상의 허점과 기관의 소극적 운영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강력한 제도개혁 없이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예상한 것보다 시정신청이 많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현재 적용대상이 전체 비정규직의 13%에 불과하다는 점, 또한 기간제 근로자 특성상 계약해지에 대한 부담으로 계약만료시점(내년 7월이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별시정제도가 제구실을 못한다는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제도 자체의 위협효과와 시정명령 1건이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면 차별시정제도는 분명 노동시장에서 의미있는 역할을하고 있다고 보고, 앞으로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사 모두가 차별시정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폐지 및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어려운 경기 속에서 기업 부담만 가중되 결국, 전체 고용마저 떨어뜨린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차별 시정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차별시정제도는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되다가 올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됐으며,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은 2457곳이다. 내년이면 100인 이하 사업장으로까지 전면 확대된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차별시정제도가 노사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 해결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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