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러한 법안들이 우리 인사관리 환경이나 노동시장 현실을 도외시한 채 발의되어 기업의 경영에 크나큰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노동시장의 활력을 크게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서 보호 위주의 규제 법안이 양산될 경우 기업의 투자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일자리 창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우리 경제계는 기업의 인사관리 현실을 무시한 정부와 정치권의 과잉입법들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그나마 남아있는 기업의 고용의지마저도 꺾을 수 있는 바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제’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육아휴직 분할사용’ 등 ‘일과 가정 양립 지원’과 관련하여 선진국 수준의 제도들을 담고 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과도한 보호에 해당한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을 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해진다. 45일에 달하는 입양휴가 및 태아검진 휴가 부여, 육아휴직 할당제, 직장보육시설 설치와 관련된 규제 강화(불이행시 과태료 부과 포함) 등 기업들이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모성보호 및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한다는 명분만을 가지고 기업의 경쟁력을 도외시하는 무리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 경제계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법률(안)에 대한 기업의 우려는 별론으로 치더라도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는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과는 달리 자칫 여성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고용기반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바이다. 전기한 법안들이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여 기업의 탄력적 인력운용을 저해하고, 결국 기업들이 인력을 채용할 엄두를 못 내게 하는 불미스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위한 투자 회복 등 우리가 당면한 노동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길은 투자 촉진을 통한 고용활력 제고에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제도들은 실제 보호가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그리고 실직자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일자리 창출 등 노동시장의 현안과제와는 정면으로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실직자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선진국 수준의 화려한 제도가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와 실질적인 수입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 촉진 및 연령차별금지 등 기업의 인력관리와 관련된 사항은 개별기업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부담을 담보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개별기업들의 자율적 참여를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기한 정부나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이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검토 없이 한꺼번에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철폐를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인력관리와 관련된 규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에 대한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고령자 기준고용률 준수 의무, 유·사산휴가제도 등 기업의 인사관리체계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제도들이 미처 정책적 효과를 보이기도 전에 새로운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입법이 시도되는 것은 기업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는 입법 관련 당국의 규제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규제철폐라는 정부의 ‘公言’이 기업들에게는 ‘空言’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전체 환경을 면밀히 검토한 후, 고용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최선의 복지는 ‘일을 통한 복지’이며, 이는 고용유연성 제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2007년 9월 20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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