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반쪽 정규직 양산할 직무급제 철회 주장
유통업체, 고용안정과 비용부담 해결한 현실적 대안
이랜드 사태의 여파로 유통업체들이 도입한 직무급제에 대해 민주노총 측의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직무급제가 기업들이 법망을 피하는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며 직무급제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직무급제를 도입한 유통업체들은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유통업체 직무급제 속속 도입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직무급제를 도입해 정규직화를 발표한 것은 이랜드의 홈에버였다. 당시 홈에버는 비정규직 3000여명 가운데 2년 이상 근무자인 1100여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주당 40시간 이하 근무, 2년 초과 근로시 고용 보장 외에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 혜택 적용 등 기본 요건을 갖추되 임금 및 승진과 관련해서는 계산원들을 별도 직무급으로 분류해 정규직과는 다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홈에버 노조는 직무급제로의 전환과 관련, 일부 직원만 선별 채용하고 나머지 직원에 대해선 보장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 했다. 또한 뉴코아 사건과 맞물려 이랜드 사태가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
홈에버 이후 정규직 발표를 한 신세계는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 계산원 5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완전 정규직 전환을 택한 신세계는 계산원들과 개별적으로 연봉 계약을 맺고, 근무 연수에 따른 기본급에 연동해 정률 방식으로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도 직무급제를 도입해 계산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근무기간이 2년이 넘은 계산원 2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롯데마트도 계산원 5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의 경우 주40시간 근무를 반대하는 계산원들 때문에 무기계약으로 고용안정을 꾀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백화점은 아예 계산원 502명을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 “직무급제는 반쪽 정규직”
이처럼 유통업계가 직무급제를 바탕으로 정규직 전환을 속속 발표하자 민주노총은 직무급제가 비정규직의 또 다른 차별이라며 직무급제로의 정규직 전환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직무급제로의 정규직을 ‘중규직’ 혹은 ‘짝퉁 정규직’, ‘반쪽 정규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고용보장만 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직무급제 철회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직무급제는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법적 테두리 안에 들여 놓는 것일 뿐”이라며 “직무급제는 또 다른 차별을 야기 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기업들은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기업의 비용축소 차원에서 최대한의 결론을 도출한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 현실상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비용부담으로 인해 어렵다”라며 “이에 직무급제를 통한 정규직은 근로자와 기업 간의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통업계의 직무급제는 완전한 직무급제가 아니란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본부장은 “직무급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직무분석과 직무평가 등 사전 작업을 통해 심혈을 기울여 진행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의 구분을 지어 단순히 나누는 식의 직무급제가 시행되고 있다”라며 “이에 국내에서 진행 중인 직무급제는 기존 정규직과의 차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와 정규직으로서의 문호를 어디까지 개방할 것인가에 대해 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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